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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순간의 영원
작성자 강유미 안동대학교 3학년 작성일 2016-10-28
작성일 2016-10-28
영원이라는 말의 가치가 몹시도 값비싸다고 생각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떻게 하루의 눈마주침에 평생을 걸었을까? 내가 불신하는 로미오 마냥 굴던 애인은 야단스럽게도 줄리엣을 대하듯 했다. 간단하게 값을 지불하고 연거푸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였는데, 썩 듣기 좋으면서도 위조된 화폐처럼 느껴졌다. 가짜인 걸 들켜버리면 아무 가치가 없어져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 장에서 나의 옛 애인은 또 다른 생의 영원을 맹세하고 키스하러 말을 탄 왕자처럼 떠났다.
그래서 내가 영원이라는 말을 싫어하게 되었냐면 반대였다. 어째서 나는 사랑할 때 영원히 사랑하듯 굴지 못했냐는 것이다. 의심하며 괴로워하며 충실하지 못한 사랑은 영원이 될 수 없는 게 맞았다. 그런 영원의 사랑이라면 거부하고 싶었다. 누군가 말했다. 세상에 영원이란 것은 영원이라는 말 밖에 없다고. 어차피 영원하지 않을 영원을 말하려는 의미가 무엇이 있냐고 한다면, 기억 속에 있는 순간의 영원이 영원토록 나와 함께 커갈 테니 의미가 있다고 역설할 수 있겠다. 다음 사랑이 찾아올 때는 나도 영원하듯 키스하리라. 순간순간의 영원함을 충실하게 사랑하리라. 그대가 약속한 순간의 영원에 풍덩 빠져버리리라. 나는 애초에 열렬하게 사랑하고 싶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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