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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천석의 '스승'을 읽고
작성자 안선경 작성일 2017-09-21
작성일 2017-09-21

 

진정한 스승에의 길


진정한 스승에의 길에 대해 생각하면서 오천석의스승을 읽은 후, 나는 세 가지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먼저 스승의 역할은 무엇인가?”이다. 스승은 단순히 가르침(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삶의 태도를 물려줄 수 있는 존재이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머릿속 지식만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모든 태도를 흡수하는 존재이다. 선생님의 사랑하는 얼굴, 진실을 보는 눈과 진리의 소리를 듣는 귀, 학생과 대화하는 입, 온정을 불어넣고 사기를 높여주는 손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교사가 되고 싶은 이유를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 중 하나는 학창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나도 그처럼 되고 싶다.”이다. 이런 학생들은 선생님을 왜 좋아했을까? 분명 선생님이 좋은 지식을 전달해주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선생님의 구석구석 모습까지 관찰한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 선생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습 모두를 좋아하고 그 모든 모습을 닮아가려고 애쓰는 것이다. 이처럼 학창시절 좋은 선생님은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이다.

그 뿐인가? 장차 세상을 지배할 학생들의 꿈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교육자가 된 제자들이 또 다른 교육자를 낳게 되고 이러한 양상이 반복된다면, 끊임없이 누군가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게 변해갈 수 있는가? 스승의 역할은 학생을 넘어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 문제는 훌륭한 스승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스승이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다. 즉 스승은 자기 자신을 닦는 일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이다. 앞서 스승은 학생들의 모범이 되고 학생들의 흡수 대상이 되는 존재라 하였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알아야 하고 내가 알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한 번 더 배우게 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나는 지금 아르바이트의 하나로 고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있다. 내가 고등학생 때 다 배웠던 내용이지만 그 학생에게 가르쳐주기 위해서 나는 한 번 더 꼼꼼하게 공부하고 그러면서 배운 내용들을 다시 상기시킨다. 과외를 시작하기 전에는 고등학생 가르쳐주는 일을 마냥 쉽고 간단한 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고 준비를 해보니 내가 가져야 할 책임감은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막중했다. 두 시간의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두 시간 그 이상의 준비가 필요했다. 가르쳐주고 있으면서도 혹시나 빠진 내용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하고, 내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중간에 학생의 이해도를 확인해야 하고, 학생의 집중도를 고려하여 적절한 때에 쉬는 시간을 잠깐 가져야 하고, 학생의 흥미를 끌기 위해 혹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도 준비해야 하는 등 내가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가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평소에는 생각해보지 못했을 문제이다.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잠시나마 선생님이 되어보고, 선생님은 어떤 것들을 고려하여 수업을 하는가에 대해 맛보게 된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점은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하나를 가르쳐주기 위해 열 가지를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저 단순한 지식만을 전달하는 내가 이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단 몇 시간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데 하물며 매일 매일 수많은 학생들의 눈앞에 서 있는 선생님은 그 얼마나 노력을 많이 해야 할까? 학생들의 동반자가 되어 길을 안내하기 위해 스승은 먼저 그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그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부터 가르쳐야 한다. 지식뿐만 아니라 모든 태도에서 말이다.

세 번째 문제는 스승으로서 지녀야 할 태도는 무엇이며, 스승과 제자는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하는가?”이다. 스승으로서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사랑이다. ‘사랑으로써 가르친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등의 말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들린다. 그렇다면 스승이 가져야 할 사랑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랑인가? 바로 제자에 대한 사랑,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사랑, 진리에의 사랑이다. 또 다른 중요한 태도는 겸허이다. 겸허한 사람이란 결코 무엇에 대하여서나 겸손한 사람이 아니다. 학생의 인격적 존엄성을 존중하는 겸허요, 진선미에 대한 겸허이며, 자신의 과오에 대한 겸허이다. 교사라는 권위로써 어린이를 억압하지 않고, 자신의 편견을 피교육자에게 강요하지 않는 겸허의 태도가 스승에게 꼭 필요한 태도임이 분명하다. 이 외에도 마음의 문을 시원히 열고 새것에 떨지 않으며 받아들일 것을 받아들이고 버릴 것을 버릴 줄 아는 개방성, 가르치는 일을 하라는 부르심에 대한 의무나 책임감을 느끼는 소명감(召命感) 등이 스승이 마땅히 지녀야 할 태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승과 제자는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할까?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내게 선생님은 무섭고 어려운 존재였다. 선생님께 말을 걸기는커녕, 감히 질문도 마음 편히 할 수 없었다. ‘선생님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선생님의 마음을 아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딱딱한 관계가 형성되어서는 안 된다. 선생님이 학생의 마음을 볼 수 있듯이 학생도 선생님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선생님과 학생은 결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임을 몸소 느껴야 한다. 어떻게? 바람직한 교사의 말은 학생과 더불어 하는 말이다. 그와 생각하는 바를 교환하는 대화인 것이다. 대화가 바로 선생님과 학생을 연결해주는 가장 중요한 매개이다. 스승과 제자는 서로 대화하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작년에 미래에 사라질 직업이라는 제목의 한 기사에서 앞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 중에 교사가 있는 것을 보았다. 미래 사회가 디지털화, 기계화, 로봇화 되면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지식을 정확한 정보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교사를 사라질 직업으로 꼽은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스승의 역할을 잘못 이해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식만을 전달하는 교사는 로봇이 대신하여 사라질지언정, 학생들에게 삶의 태도를 가르치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며 학생들을 사랑하고 학생들과 대화하는 스승은 로봇이 절대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이다. 교사가 사라질 직업이라는 것은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지식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교사는 많은 반면에 진정한 스승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스승이라는 길에 발을 디딘 순간, 우리는 진정한 스승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제까지? 꾸준히, 끊임없이 죽을 때까지 말이다. 학생 그리고 세상이 스승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교사가 미래에 사라질 직업이 아니라 증가할 직업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스승이 되고자 하는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