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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으로 알아보는 소설 속 이름의 역할 - 을 읽고
작성자 유지은 현대고등학교 3학년 작성일 2017-07-28
작성일 2017-07-28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대문호이다. 디킨스는 자신의 소설들로 하여금 당대 사회의 빈곤과 계층 간의 갈등과 혼란, 귀족주의로 인한 속물근성 등,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통렬하게 비판하게 하였다. 또한, <<어려운 시절>>을 제외한 모든 디킨스의 소설은 영국의 수도인 런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수도인 만큼 그 어느 도시보다도 시대에 발맞추어 빠르게 변화했을 런던은, 당시 사회상을 가장 신랄하게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들은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풍자와 해학, 익살맞음으로 가득 차 현란하게 번쩍인다. 이러한 그의 소설들은 대중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고, 현재 디킨스는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최고의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미완성작 <<에드윈 드루드 수수께끼>>를 제외한 디킨스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위대한 유산>>은, 그의 작품 세계의 절정을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반 작품들처럼 풍자가 빈번하진 않지만, 한층 더 깊어진 사회 비평의 시각과 내용 짜임의 치밀함은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초기 소설들 보다는 덜하지만 디킨스의 풍자적이고 재치 있는 문체와 내용들은 <<위대한 유산>>에서도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 주인공 핍(Pip)이 관람했던 엉망진창인 햄릿 연극이나, 내세울 것이라곤 돈 뿐인 속 빈 강정 신사 드러믈, 이해타산적인 변호사 재거스 씨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흘러넘치는 풍자와 비판 속에서도, 나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중심으로 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소설 구성의 3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을 뜻한다. 이는 소설 쓰기에 필수적이다. 이 세 요소 중에서도 맨 처음 언급될 만큼, 인물은 소설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인물의 성격과 생김새 묘사, 행동들이 소설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낼 터이지만, 작가들은 인물의 이름을 짓는 데에 있어서도 많은 시간을 쏟아 붓는다. 여기서 작가지망생인 나의 경험을 살짝 덧붙여보자면, 지망생에 불과한 나만 하여도 주인공의 이름을 지을 때 며칠이 소요되었었다. 이름이 일상 생활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머리를 남자처럼 짧게 자른 외모와 여자치고 낮은 목소리, 운동과 게임이 취미인 씩씩한 성격의 여자 인물의 이름은 ‘예림’보다는 ‘지호’라는 이름이 잘 어울릴 것이다. 또한, 이름은 소설의 배경과도 어울려야 한다. 마법과 환상으로 가득한 판타지 세계의 희고 긴 머리카락과 보라색 눈을 가진 검사인 주인공의 이름은 ‘철수’보다는 ‘하렐’ 과 같은 이색적인 이름이 어울릴 것이다. 이처럼 소설에서 작용하는 이름의 힘은 강력하다. 그렇다면, <<위대한 유산>>의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은 각자 어떠한 뜻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주요 등장인물인 핍(Pip), 에스텔라(Estella), 헤비샴 양(Miss Havisham), 조 가저리(Joe Gargery), 재거스 씨(Mr. Jaggers), 아벨 매그위치(Abel Magwitch), 허버트 포킷(Herbert Pocket), 비디(Biddy)의 이름(First name)을 조사하였다. 먼저, 소설의 주인공인 핍의 본명은 필립(Phillip)으로, ‘말의 친구’를 뜻한다. 뭔가 조사 초반부터 굉장히 생뚱맞다, 는 생각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시골에서 말을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한 평민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그 평민은 그다지 특별한 사람은 아니므로, 유산을 상속받기 전 핍의 유년 생활을 생각해보면 또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이름도 아니다. 그냥 딱 평범한 사람이 가질만한 이름이라고 생각되었다. 다음으로, 핍이 첫눈에 사랑에 빠진 여자이자,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차가운 마음을 가진 에스텔라(Estella)의 이름은 라틴어와 불어에서 유래되었는데, ‘별과 같은’과 ‘사랑’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에스텔라라는 인물의 배경과 상황에 꼭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별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움으로 사교계 남자들의 마음을 훔쳐가지만, 밤하늘의 별처럼 너무 멀리 있어 그들의 손에 닿지 않는 그녀가 자연스레 상상되었다. 또한 주인공 핍의 애절한 ‘사랑’을 받는 그녀였으니,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이름인가! 아쉽게도 헤비샴 양(Miss Havisham)의 이름은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헤비샴(Havisham)'은 성씨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가저리, 웨믹, 매그위치, 포킷 등 다른 성씨들도 모두 찾아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모두 디킨스가 직접 지은 새로운 성씨인 듯 했다. 이 새로운 성씨들이 또 디킨스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했다. 조 가저리는 핍의 매부이자, 든든한 조력자이다. 허영심에 물들어가는 핍과 달리, 대장장이인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며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만의 굳은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조(Joe)는 조셉(Joseph)의 애칭이다. 조셉(Joseph)은 성서에 나오는 인물이며, ‘지조가 굳은 남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 뜻을 보고 이 이름이 조 가저리라는 인물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재거스 씨(Mr. Jaggers)는 매그위치의 위임을 받은 런던의 변호사로, 핍의 후견인 역할을 한다. 굉장히 이해타산적이고 냉정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성씨 재거스(Jaggers)의 Jagger은 ‘짐을 운반하는 사람, 행상인, 짐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짐을 운반하는 사람을 좀 더 큰 맥락으로 확장시켜서, 핍과 매그위치 사이의 중개인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보았을 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닌가, 생각했다. 물론 Jaggers는 실존하는 성씨가 아니다. 이 또한 디킨스가 창조한 성씨로 짐작된다. 아벨 매그위치(Abel Magwitch)는 핍의 도움을 받은 죄수로, 훗날 부자가 되어 핍의 후원자가 된다. 에스텔라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영국에 있을 때 그는 감옥을 전전하며 살았고, 콤파슨이라는 악랄한 신사에게 이용당해 최고형까지 받게 된 사람이다. 그는 핍을 우매한 자신과 달리 훌륭한 신사로 키우고자 했다. 그런 그의 이름 아벨(Abel)은 '숨'이라는 뜻이다. 또한 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둘째 아들 아벨(Abel)이기도 하며, 아벨은 형 카인에게 살해당한다. 형에게 살해당한 성서 속 아벨의 이야기에,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던 콤파슨의 장난감에 불과하였던 매그위치의 불행한 삶이 떠올랐다. 허버트 포킷(Herbert Pocket)은 핍의 친구로, 핍과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핍의 가족과 같은 인물이다. 핍 또한 그를 소중히 여겼는지, 핍은 상류 사회에 대한 열망에 찌들었을 때에도 허버트의 사업을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소설의 결말에서 그들은 같이 사업을 알차게 꾸려나간다. 허버트(Herbert)는 ‘빛’이라는 뜻이다. 속물이 된 핍의 인생 속에서, 그를 무한히 신뢰해주는 허버트는 핍의 빛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비디(Biddy)는 핍에게 기본적인 교육을 가르친 고향 친구로, 훗날 조 가저리와 결혼한다. 어쩌면 당대의 신여성이라고 볼 수 있는 성격을 겸비한 여성이다. 비디(Biddy)는 브리짓(Bridget)의 애칭이다. ‘고상한, 높은, 고위층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비록 별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상류사회에 대한 로망으로 흔들리는 혼돈의 사회에서, 돈과 명예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비디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지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위대한 유산>> 등장인물들의 이름의 뜻을 알아보았다.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과 인물들의 행동들을 이름들의 뜻에 연관 지어 보면, 이름들은 저마다 어느 정도 작중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행동 간의 교집합이 있었다. 아마 <<위대한 유산>>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수많은 책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스쳐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이름 하나에도 모두 작가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고 디킨스의 작품 세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사회를 비판하는 소설들에게 거북함을 느끼던 감정이 점차 사그라졌다. 앞으로 찰스 디킨스의 또 다른 소설들도 읽으면서 디킨스의 작품세계에 좀 더 파고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도 그처럼 현대 사회의 모습을 위트있게 드러내고,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반하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