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명희
흙을 밟으러 나간다
기세등등하던 동장군의 칼바람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온수매트의 꼭 알맞은 온온함이
어깨 위에 내려있다
흙이 윤이나 빛난다
두텁한 가디건을 벗어
허리에 두르고
기다린 스카프를 풀어
실바람에 얄랑인다
흙먼지 피어나 아롱거린다
흰 분가루 곱게 발라 봄내음 몰씬대는
어린 쑥잎이
삭정이들 사이로
수줍게 고개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