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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시 읽는 밤
작성자 조예령 작성일 2017-11-09
작성일 2017-11-09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 이훤 시집을 읽고


 요즘들어 밤이 너무 공허해졌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잠드는 밤이 길어질 수록 내 머리와 마음이 비어져갔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집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시읽는 밤은 시작되었다.


 17p 철저히 계획된 내일이 되면 어제를 비로소 이해하고

       나는 오래 멈춰 있었다

       한 시절의 미완성이 나를 완성시킨다

 같은 시험을 오래 준비했고, 같이 시험에 떨어진 친구를 만났다. 우리의 3년은 미완성이었고 친구에게 있어 미완성은 두려움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미완성일거란 두려움에 시작조차 못하고 친구는 멈춰있었다. 못 본 한 달 새 친구는 무척이나 수척해 있었고 미완성만이 남게 될 것 이라 무서워했다. 영원한 미완성의 두려움에 다른 일은 시작조차 못하고 과거에 멈춰있었다. 그때 이랬다면 어땠을까? 친구의 발목을 잡는 미완성의 문장이었다. 나 또한 미완성이다. 우리 모두 미완성의 인생을 살아간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고 현재를 흘려보내기도 한다. 이 시를 읽으면서 미완성에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가 후회되면 한 시간 동안만 후회하고, 미래가 걱정된다면 걱정되는 미래를 위해 지금 뭘 할 지 고민하면 된다. 현재가 흘러가지 않게 단단히 잡고 있으면 된다. 오늘 뭐하지? 지금 뭐하지? 질문만이 오늘을 붙잡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계속 오늘이라는 미완성들을 모으면서 살아가면 된다. 그렇게 살다보면 '한 시절의 미완성이 나를 완성시킨다'라는 시구처럼 우리의 미완성이 모여 완성을 이루게 된다.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이 시를 선물했다. 그대의 인생은 미완성이자 완성이니 잠 못 드는 밤이면 이 시를 꺼내보라고 위로하면서 말이다.


15p 저자

      당신은 오늘 어떤 기억을 독서하셨습니까

      읽고 또 읽어도

      해석이 안되는 시간들

      아무리 들여다봐도 단아한

      그 순간들의 저자는 왜 나와 멀어져야 했습니까

 반 년 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 담양으로 여행을 떠났다. 멀어졌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니 고등학교 1학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멀어졌던 친구들이다. 공부를 해야 하니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사치라 여겼다. 나를 옭아맸다. 그렇게 나는 지쳐갔고 이런 내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기 싫어 더 멀어졌다.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너무 긴 부재가 어색해 연락을 하기 두려웠다. 이런 내 마음을 읽고 또 읽었다. 오랜만의 연락이라는 쑥스러움보다 친구들의 얼굴이 더 보고 싶었고, 공부에 나를 너무 옭아맬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용기를 가지고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친구들은 단숨에 응답해줬고 우린 담양으로 떠나게 되었다. 담양에서의 나는 웃음이 많아졌고 가볍고 유쾌해졌다. 그동안 나를 옭아맸던 '공부만 해야 해. 휴식을 즐기면 안 돼. 그럴 시간이 없어.'라는 사슬들이 잘려나갔다. 공부를 하 든 친구를 만나든 그 시간동안은 온전히 하나에 집중하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또한 멀어졌던 순간들이 다시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 가장 명량했던 나의 기억을 독서했다.


114p 어떤 마음은 새벽마다 나를 달구었다

       나는 쇠처럼 단단해졌다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할 때 읽은 무수히 많은 정보들은 다음날이면 무얼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그런 정보들 이었다. 하지만 시 읽는 밤이 깊어질수록 내 마음이 하나 둘 씩 채워져 가고 있었다. 아직 단단해 지지는 못했지만 쇳물을 녹이고 있는 단계라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밤이 쌓일수록 나도 더 단단해 지겠지. 쇠처럼 단단해졌다 느껴질 때 이 시를 다시 꺼내 읽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