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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시

제목 그런 친구
글쓴이 장여진
짜리몽땅하고 구질구질한 나의 손가락 펼쳐
파란 하는 바로 아래 파라솔처럼 펼쳐진 예쁜 분홍색 벚꽃잎 가리키며
너에게
벚꽃처럼 예쁜 우정하자고
하지만 바람 불면 휙 날리는 벚꽃처럼 서로 떨어지지는 말자고 다짐하는


선글라스 끼고 스키니 입고 포니테일 머리 묶고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분홍색 튜브를 끼고
짜디짠 바닷물에게 손을 저어 인사 한 번 하고 너의 두 손 맞잡으며
너에게
파도처럼 서로의 웃음을 책임지자고
하지만 거센 파도처럼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말자고 다짐하는


눈 앞에서 자유롭게 비행하는 부욹은 단풍잎으로 두 손으로 탁 잡고
너의 어여쁘고 고운 두 손 위에 종잇장처럼 얇디얇은 단풍잎을 올려주며
너에게
단풍처럼 서로를 열정적으로 도와주자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지는 단풍잎처럼 우리 사이도 부서지지는 말자고 다짐하는


보드랍고 앙증맞은 장갑 끼고서 하아얀 눈송이 모아모아
단추 눈 당근 코 커다란 눈사람 만들며
너에게
눈처럼 서로에게 깨끗한 마음으로 다가가자고
하지만 따뜻해질 쯔음 녹아내리는 눈처럼 우리 사이의 우정, 녹여 없애지는 말자고 다짐하는


그런 친구,


그런 친구가 되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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