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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행복의 향
글쓴이 김률희
이 세상에는 어떤 향이 있을까. 어떤 향이든 모든 향들에 둘러쌓여 맡아 보고 싶다. 향을 느낄 수만 있다면 맡을 수만 있다면 어떤 향이든 맡아보고 싶다.
태어날 때부터 냄새를 맡지 못했다. 맡을 수 있는 냄새가 있다면 청량한 공기만 있을 뿐. 다른 어떤 것은 맡을 수가 없다. 향을 모르니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다 나랑 똑같다고 생각했던 어린 아이는 냄새라는 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은 틀렸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소풍에 가던 날 선생님이 이렇게 말하셨었다.
"여기 이 꽃 냄새 항기롭죠?"
"네!"
아이들은 모두 네 라고 외쳤지만 난 외치는 대신에 질문을 했다.
"꽃은 어떤 냄새가 나요?"
선생님은 내 질문에 당황해하셨다.
"꽃은 달콤한 꿀 냄새가 난단다."
라고 말하시고는 얼른 다른 곳으로 안내하셨었다. 도시락 싸온 애들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아 맛있게 먹었지만 어떤 향도 맡을 수 없던 나는 아무 맛도 안나기에 공기를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음식은 단지 배를 채워주는 용도일 뿐이다.
맛있게 먹는 애들이 부러웠다. 별로 먹지 못해 보통 애들보다도 마른 채질이었다. 향은 맡을 수 없어도 맛은 느낄 수 있었다. 매운맛, 짠맛, 쓴맛, 신맛, 단맛을. 이 다섯 가지의 맛을 느낄 수라도 있는 게 어딘가.
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 거을 알게 된 사람들은 신기하거나 안타깝게 쳐다본다. 알리는 걸 바라지 않아 비밀로만 감춰왔었는데 얼마 후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요리학원에 가 파티쉐가 되는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설득한 끝에 허락해주셨다. 파티쉐가 되고 싶었던 건 작년 고2때의 일이 계기가 되었다. 친구 생일 선물로 줄 케이크를 사러 빵집에 들러 케이크를 골라 제빵사에게 말하려다 그 분이 케이크 만드는 모습을 보며 그 모습에 흠뻑 빠져 누가 건드리지 않는 이상 영영 깨어날 것 같지가 않았다.
완성된 생크림 케이크는 환상적이었다. 이를 계기로 나도 케이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파티쉐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요리를 배울 학원이 있는지 알아보고 배우게 된 거다. 향을 느끼지 못하는 만큼 그 일과 관련하여 상상으로라도 맡아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냄새를 맡지 못해 파티쉐가 될 거냐며 걱정한다. 나 또한 걱정될 때도 있고 내가 직접 만든 요리의 향을 맡지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다섯 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어 간 조절은 자신이 있고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도 인해 행복의 향을 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