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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공포소설]작품 #1. 날 본 적이 있나요?
글쓴이 박지민
탁 타닥 탁....탁탁탁....딸깍.
띵동~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확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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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되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무대를 한 뒤 내려왔을 때의 느낌, 끝까지 괜찮은 척 웃어보이지만 심장소리가 들리도록 가슴이 두근대고 미칠것같이 몸이 떨려올 때의 느낌....
지금 내가 그렇다.
난 어제부터 밤마다 수상한 문자를 받고있다.
사실 나는 소설을 쓴다. 작은 블로그를 운영하며 소설을 쓰고, 가끔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합작을 하기도 한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서 낮에는 편의점 알바도 뛴다. 나는 편의점 알바 오전팀이라 밤에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 소설을 쓸 잠깐의 시간이 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막 연재중인 소설에 관심이 있었던 걸까. 어제 밤에 메세지 한 통이 날라왔다.
"까똑와쑝! 까똑와쑝!"
메세지 내용은 이러했다.
'저 아시나봐요? 흐흫.... 소설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그나저나 너무 매력적이시네요....ㅋㅋㅋㅋ 소설이 꼭 제 이야기와.....'
순간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내 이야기를 좀 하자면 내 이름은 라혜란이다. 부모님은.... 예전에 나와 엄마, 아빠, 동생이 행복하게 살던 집에서 돌아가셨다. 죽음의 원인은 나를 고통으로 몰아갔다. 엄마의 사인은 목졸림. 아빠의 사인은 칼에 배를 찔려 발생한 심한 출혈. 경찰은 이 사건을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부부가 어느날 말다툼을 심하게 하다 남편이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하였고, 남편은 살인을 저지르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자살을 하였다고 발표하며 종결시켰다. 어린 나와 동생은 해명을 할 수도, 증거를 댈 수도, 평소 다정했던 우리 엄마 아빠가 그랬을 리 없다고 말 할 수도, 아빠가 갑자기 제정신이 아닐 만큼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던 사람이 아니라고 말 할 수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그 땐 상황조차 몰랐으니까. 커가며 말도 안되게 우리는 부모님의 존재를 잊었고, 돌아가셨다는 사실마저 잊었다. 우리끼리 생계를 꾸리기는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꽤 학교생활도 잘 하며 누구보다도 친한 자매로 지내고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땐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동생이 7살이었나...? 아마 또 다시 사건이 터졌을 땐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동생이 중학교 3학년이었을 것이다. 학교 끝나고 동생이 나올 다몬중학교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10분, 20분, 30분, 1시간....동생이 나오질 않자 먼저 갔나 싶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밤 12시가 넘도록 동생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동생이 실종된 것이다. 제 동생 라혜리를 찾아주세요 하고 전단지도 돌려보았다. 성과는 없었다.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조차 잃은 상황에서 어느 누가 제정신일 수 있겠는가? 어차피 고등학교도 몇달만 더 버티면 졸업이었기 때문에 빨리 졸업하고 편의점 알바나 하며 집구석에서 세월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내겐 생각이란걸 할 시간이 필요했었다. 의문을 남기고 돌아가신 아빠보다 어쩌면 내가 더 지금 제정신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 허, 아빤 제정신이었는데 제정신이 아닌 지금의 나와 아빠의 상황을 비교하는 걸 보니 진짜 난 지금 제정신이 아닌가보다....아, 머리가 아프다 내가 지금 무슨말을 하고 있는거지....말의 앞뒤가 안맞잖아.... 뭐가 어찌되었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적어도 고 3만되도 19세로 미성년자는 벗어나니까 뭐라도 하며 먹고살 수는 있겠지.... 부모님조차 잊고 있었던 내가 여러분 앞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려니 가슴이 저려온다....눈물이 나네.... 내 동생은 살아는 있는걸까.... 여기까지가 나의 이야기이다. 현재는 그 끔찍한 집을 나와 원룸을 얻어 자취중이고, 생활을 위해 편의점알바를 뛰는 것이며,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었기에 이상한 망상과 상상에 사로잡혀 매일을 보내다 지금은 알바만 끝나면 미친사람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또 상상속으로 헤집고 들어가 블로그에 판타지 소설을 쓴다. 그게 유일한 낙이었다고나 해야될까. 가끔은 내게 일어난 끔찍한 일들을 떠올리며 떨쳐버리려 범죄소설로 옮겨적고는 한다. 지금 그 소설을 연재중이었다. 주인공 이름은 메리이고 그녀의 상황은 나와 같다. 놀랍게도 그 소설을 읽고 자신의 상황과 같다는 둥, 날 본적도 없으면서 매력적이라는 둥, 뜬금없게도 본인을 본 적이 있냐는 둥 묻고 있는 것이다. 어떤 여자가 말이다.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독자분들에게 한 가지 설명해드리자면 내가 '그 사람'이 여자인 것을 안 것은 궁금한 마음에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소개글에 '안녕하세요. 28살 여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쓰여져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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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메세지를 확인했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메세지를 보았다. 메세지에는 이렇게 적혀................잠깐,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시선이 느껴진다. 눈을 감으며 되새겨본다. 날.....나를....본 적이......있....나....(치직)....요.....?
#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