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동화/소설

동화/소설

제목 케이티의 전쟁 - 5
글쓴이 최효서
처음 도망칠 때부터 그녀는 본능적으로 계속 한 방향으로 달려왔다. 주 도로가 아닌 작은 도로를 이용해 여기까지 오는동안,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달려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본능은 계속 한 방향으로 그녀를 이끌어왔으며, 그녀는 곧 그 목표가 플루임을 깨달았다. 그곳은 케이티에게 속한 땅이었다. 어떤 추적자도 일단 그 곳으로 가면 그녀의 흔적을 쫓아올 수 없었다.
"떠나라, 절대 멈추지 말고!"
아버지는 틀림없이 그녀에게 이런 뜻을 전하려고 했으리라.
케이티는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 세상의 어딘가에 쉴 만한 피난처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곳이 플루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곳에는 데이브가 있었다.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존재, 그녀를 배반하지 않을 유일한 존재. 데이브는 그녀를 도와줄 것이다. 지옥은 플루의 문 앞에서 완전히 끝나 버릴 것이므로 그곳에 도착하기만 하면되었다.
하지만 그곳에 가기위해, 데이브를 만나기위해, 적어도 5일은 꼬박 걸어야 했고, 현재 그녀를 잡으러 무장을 한 수백명의 사람들이 동원된 상황이었다. 그러니 케이티는 밤이 되어 캄캄할 때만 움직여야 했다. 부엉이가 울고 달이 뜨는 그 시간에.



케이티는 임시피난처인 하수구 밑에서 잠을 자면서 데이브의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팬케이크를 생각하면서 낮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주변을 지나가는 소란스러운 군대의 진동 소리 때문에 세 번이나 깨야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경직된 몸으로 숨도 쉬지 못한 채 사냥꾼들이 지나갈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쫓고 있었다. 이전보다 더 샅샅이. 불안해진 정부가 현상금을 더 올렸기 때문이리라. 이처럼 불공평한 전투는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
한 아이가 온 세상과 맞서는 전투.



9월의 밤 아홉시, 세상은 벌써 밤의 검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케이티는 드디어 은신처에서 나왔다. 그녀는 방향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치 나침반을 삼키기라도 한 것처럼 방향을 본능적으로 온몸에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걷기 시작했다. 얼마 걷고 나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의 모든 고통을 잠재워서 예전처럼 다시 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케이티가 거친 시멘트 위를 얼마나 잘 달리는지 볼 수 있다면... 그녀는 마치 오래전에 모습을 볼수 없게된 나비 같았다. 케이티가 어릴 때 아버지는 손 위에 나비를 올려 케이티에게 보여주곤 했다. 그녀는 나비였다. 소리없이 정확하게 방향을 찾고, 어디로 날아갈지 도무지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나비. 그녀는 플루에 살면서 그 모든 기술을 배웠다. 지금 여기는 그녀 집 정원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쫓는 여러무리의 추적자들이 그녀보다 미리 길을 떠난데다, 그들 중에는 길에서 밤을 보내기 위해 야영을 하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그래서 케이티는 행여 텐트의 불빛이 있을까 주의해서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