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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말 노래, 향가 - 풍요와 헌화가
글쓴이 강유미
풍요라는 노래는 양지라는 승려가 커다란 불상을 만드는 것을 거들어 성안 남녀가 다투어 흙을 운반하면서 불렀던 노래라고 한다. ‘오도다’ 와 ‘서럽더라’의 반복이 향가의 대부분을 이루는 간결한 텍스트이지만 우리가 작품 내의 자아로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서러움이라는 정서가 가진 보편성에 있다.
풍요에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은 설움이다. 그렇다면 왜 설움을 느끼면서 노동을 했을까. 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원문에 실려있듯이 공덕이다. 불상을 만드는 데 협조해서 흙을 나르는 노동이 공덕인 것이다. 노동을 하는 것에 설움을 느끼면서도 노동을 하는 이유는 공덕으로 종교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경전이나 어려운 수행 같은 것으로 종교적 성취를 이루기에는 서민대중에게는 무리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책에 제시된 것처럼 서럽더라를 설움이 아닌 불교의 관점에서 인생이 무상하다고 해석한다면 극락세계를 위해서 공덕을 닦는다 볼 수 있다. 서럽더라의 해석이 조금 달라진다고 해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공덕의 성과인 정토임이 분명하다.
민요 계통의 노래 헌화가라는 향가는 꽃을 꺾어 바치면서 부른 노래이다.
삼국사기에 적힌 바로 기근이 심해서 백성이 민란에 이르렀고 사자를 파견해 구제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시기는 성덕왕 시기로 순정공과 수로를 보내어 수습한 것으로 본다. 이러한 기근을 굿이라는 제의를 통해 도왔을 수 있다. 헌화가가 굿을 하면서 부른 굿노래라는 해석은 가능하다고 본다.
헌화가에서 노인은 노인 그 자체로 존재하고 등장한다. 노인이 여성인지, 남성인지조차 알 수 없다. 때문에 자유롭게 노인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려낼 수 있다. 노인이라는 존재는 유약한 존재이기도 하고 세월의 풍파를 거친 지식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은 부인 수로가 꽃을 탐내자 절벽을 올라 꽃을 꺾는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느끼는 노인의 모습과는 다른 비범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책에서는 노인의 정체를 지나친 풀이를 할 것이 아니라 굿에 등장한 가공의 인물이라고 보는 편이 좋다 말한다. 하지만 일회성 조연으로 취급하기에는 노인의 비범함이 너무도 눈에 띄인다. 헌화가가 굿을 하면서 부른 노래라면 노인은 굿에 등장한 가공의 인물이라기보다는 제의를 통해 나타난 신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은 수로부인의 간절한 소망인 꽃을 꺾어주는 데에 성공한다. 비록 수로부인 자신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지만 초월적 존재에 의탁해 원하고자 하는 바를 이룬다. 노인이 수로의 청을 들어준 이유는 마음의 통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수로부인에게 ‘암소를 놓게 하시고’ 라는 허락을 구한다. 또한, ‘나를 아니 부끄러워 하시면 꽃을 바치겠다’ 고 말한다. 수로는 기꺼이 노인의 모든 행동을 허한다. 암소를 놓게 하고, 노인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며 노인의 행위를 제재하지 않는다. 노인은 비범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와 같이 수로 부인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데 예의를 갖춘다는 건 수로부인에게서 존경이나 동경을 품을 만한 계기가 있다는 뜻이다. 수로부인의 용모가 뛰어났다다는 점을 보았을 때 아름다움에 대한, 미에 대한 동경일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