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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영화감상문

제목 술을 권하는 사회를 읽고
글쓴이 윤태빈

 술을 권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술이란 흥이 나거나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 마시는 예도 있고, 화가 나거나 속이 상해서, 슬플 때 마시는 예도 있다. 전자의 경우야 나쁠 리가 없겠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썩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스스로 원해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해 사회가 그 구성원들을 화나게 하고 속상하게 해서 술을 마실 수밖에 없게 만든다면 그것은 심각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고등학교 때 접해봄으로써 왠지 책의 내용이 우울할 거라 생각한 것이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책을 읽기 전 현진건에 대해 알아보도록 했다. 현진건은 근대 단편소설의 확립자라고 한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의 한국사회를 소설로 나타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우울하면서 진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등단 초기에 쓰게 된 [술을 권하는 사회]는 우울한 시대적 상황과 작가 자신의 환경에 대해 쓴 수필 같은 소설임을 알 수 있었다. 작가도 유학에서 돌아온 뒤 식민지사회의 한국에 대해 낙담하고 실망감을 느끼는 모습이 책의 주인공에 빗대어 표현하였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또한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한국사회에 실망감을 느껴 술에 빠져 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단편소설의 제목을 술 권하는 사회라고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술이란 안 좋은 일을 잊히기 위한 수단이기도 한다. 주인공이 술을 마시었다 안 마시었다 하는 이유도 깨어난 다음 날에 희망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 또한 유학에서 돌아온 뒤 많은 글과 책들을 쓰인걸로 봐서는 자신의 학문을 배운 것을 쓸 데가 없는 한국사회에 대한 실망감을 글들로 나타내지 않았나 상상해보았다. 현재에서는 많은 이들이 취업할 수 없어, 청년실업 100만 시대라는 뉴스를 보며, 주인공과 작가시대의 한국이나 현재가 많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번화가에는 꼭 술집이 존재하는 이유와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 작품은 새벽 한 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기다리며 바느질을 하던 아내가 바늘에 그만 손가락을 찔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바늘에 찔려 손톱 밑으로 앵두 빛 피가 맺히는 아픔이 빌미가 되어 아내는 가슴 속에 감추어진 다른 아픔을 떠올린다. 주인공인 남편은 결혼 직후 동경으로 유학을 떠났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오랜 세월 커다란 기대를 하고 남편을 기다렸지만, 막상 돌아온 남편의 행동은 아내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항상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고, 낮에는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책을 읽든지 글이나 끄적이며 세월을 보내다가 밤이면 나가 술을 마시고 다녔기 때문이다. 당연히 돈을 벌어 오기는커녕 집안의 돈을 쓰기만 했다. 그렇게 그날 새벽 두 시에 지나서야, 남편이 만취한 상태로 돌아오게 되었다. 남편의 취한 모습에 아내는“원 참 누가 술을 이처럼 권했나?”라며 짜증을 내지만 남편은 “내가 술을 먹고 싶어서 먹었단 말이요?”라고 대들고, 아내는 “자시고 싶어서 잡수신 건 아니지요”라며 얼버무린다. 이에 남편에게 술을 권하는 것이 남편의 화증과 남편처럼 배운 하이칼라라고 한다. 그러자 남편은 조선사회가 자신에게 술을 권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부나 사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내로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어 남편은 무식한 아내를 답답해하며 다시 집을 나가버린다. 그러나 아내는 절망적인 어조로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고 탄식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이렇게 술 권하는 사회는 아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배우지 못한 아내가 관찰가가 되어 지식인인 남편을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그렇게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의 답답한 마음이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 돌리고 이런 어둡고 핏빛 가득한 현실을 타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그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술을 통해 잊어보려는 그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술에게만 기대어 자신을 더 무기력한 지식인으로 만들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읽는 내내 안타까운 현실이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서로 서열과 권위주의 때문에 서로 싸우고 다투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답답한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게 되었던 책이어서 유익했던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