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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영화감상문

제목 '돌다리' 를 읽고
글쓴이 장여진

  소설가 이태준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하였고 조선 제일의 문장가라는 칭송을 들었으며 돌다리처럼 전통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담긴 소설을 주로 썼다. 이태준의 돌다리는 일제 강점기 말에 하나의 농촌 마을에서 부자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창섭은 자신의 병원을 확장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 아버지에게 땅을 팔자고 제안을 했지만 아버지는 고심 끝에 창섭의 제안을 거절하게 된다. 설득에 실패한 창섭은 결국 아버지를 등지고 서울로 돌아간다.

  이 책에서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창섭에게 이란, 그저 사고팔 수 있는 대상이며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재산일 뿐이다. 하지만 완고하고 보수적인 아버지에게는 이 천지 만물의 근원이고 조상님들의 땀방울과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며 자신의 삶 전체가 오롯이 담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버지는 아들이 팔자고 제안하는 할아버님께서 손수 피땀을 흘려 모으신 돈으로 장만하신 논이고’, ‘느르지논둑에 선 느티나무는 할아버님께서 심으신 거고’, ‘저 사랑 마당에 은행나무는 아버님께서 심으신 거다.’고 주장하시며 고향에 있는 을 소중하게 여기신다. 여기서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땅에 대한 태도 차이로 갈등이 드러난다.

  아버지가 땅을 팔자는 창섭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 나는 정말 의아했다. 어쩜 보면 땅을 판 돈으로 창섭의 병원을 확장하여 서울로 올라가 하고 싶은 거 마음껏 즐기며 부유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텐데 말이다. ‘을 대하는 두 사람의 입장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서는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소설에서 창섭은 아버지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여서 갈등이 표면적으로 마무리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창섭은 아버지와 자기와의 세계가 격리되는 일종의 결별의 심사를 체험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돈이 넉넉하지 못하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공부를 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한준비 단계라고 말한다. 어른들의 꿈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공부하고 일한다. 돈을 많이 벌었다 싶으면 성공했다고 한다. 그 이유 때문인지, 살 수 있는 물건도 풍요로워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에 대한 추억을 생각하는 사람은 적다.

  ‘돌다리에 나오는 천금이 쏟아진대두 난 땅은 못 팔겠다.”라는 아버지의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나는 내 방에 놓인 물건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나와 함께했던 책상과 의자. 소중하게, 가치 있게, 중요하게 여기지 아니했었다. 그러나 이 물건들과 함께 했던 추억 하나 하나를 떠올리며, 고가의 물건이 아니더라도 이 안에 나에게 추억이 깃든 것 자체가 의미 깊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