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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

제목 도도에게
글쓴이 김률희
안녕, 도도야! 넌 투정을 잘부리고 툭하면 짜증만 내는 아이였는데 네가 마법에 걸린 것처럼 착한 아이가 되서 내가 다 흐뭇해져. 아빠가 중국 가서 안 그래도 바쁜 엄마께 짜증만 부리니 엄마가 얼마나 힘들어하셨겠어. 상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괴롭힐 땐 얼굴이 찡그려지기도 했어.
길을 묻던 할머니와 만나지 않았다면 네가 짜증 부리는 버릇을 고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 할머니를 만난 게 너한테는 행운이었던 거야. 너가 행운이었다는 걸 어른이 됐을 때 깨닫게 될거야. 할머니가 당분간 너네집에 계신다고 했을 때 할머니가 계시는 것만으로도 싫어했지만 몰래 할머니 방에 들어가 짜증방에 들어가 네가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됐잖아. 엄마 앞에서 철든 모습을 보여준 건 정말 잘한 일이야.
나도 너만할 때 내가 마음에 안드는 게 있으면 짜증부린 적이 많았는데 크고 나서야 부모님께 짜증부린 일에 대해 죄송하단 걸 알게 됐어. 알면서도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건 지금도 여전히 힘들어. 언제쯤 말할 수 있게 될 지 잘 모르겠어. 아무래도 내가 용기가 없는 건 아닌가 싶어.
너의 환한 미소를 보니 전과는 달라졌다는 게 확실히 느꼈어. 너의 웃는 모습을 봐서 나도 기뻐.


2016년 1월 20일 수요일
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