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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고백
글쓴이 강유미
“고백” 은 평생 담아두어도 아무도 모를 속내를 신경 써서 발음하고 소리 내는 일이다. 속에서 뭉쳐진 감정의 덩어리를 입으로 배설하는 일이다. 고백의 배설은 나의 해소이다. 해소를 한다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한다. 때로는 남에게 무거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고백은 참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고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해방의 고백과 도박의 고백.
해방의 고백은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 못할 비밀이나 고민, 짜증을 말하면서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고백이다. ‘누군가가 들어준다.’ 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상대방이 진지하게 나만의 불안을 걱정해주는 건 내가 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어서다. 이것으로 불안정한 세계에서의 나는 기댈 품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해방의 고백에 중독되면 큰일이다. 마음 속으로 스스로 내린 답이 맞은편의 입에서 나올 때까지 빙빙 에둘러서 말한다. 예를 들면, 누가 봐도 쓰레기인 남자친구를 가진 소중한 나의 친구를 겪게될 때 “헤어져.”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소중한 나의 친구는 속상한 일을 털어놓고도 싶고, 남자친구가 사실은 널 사랑한다는 원하는 답을 듣고 싶고, 감정이 해소될 때까지 토로하고도 하고 싶다. 메아리 같은 고백은 사람을 지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때문에 고백을 하기까지의 용기와 더불어 상대방의 마음의 용량도 고려해야 한다.
도박의 고백은 한 꺼풀을 벗고 나체로 다가가는 일이다. 거리낌 없는 자신을 보여주고 노출한다. ‘내가 이 말을 하면 넌 날 사랑해줄까?’ 하는 일종의 도박인 셈이다. 그렇게 나를 온전히 보여주면 너는 나를 부끄러워할지, 나를 더 사랑하게 될지 이미 던져진 동전처럼 결과는 확인해볼 수 밖에 없다. ‘좋아하면 울리는’이라는 다음 웹툰에서 A는 숨기고 싶은 비밀을 가장 친한 친구라는 명목하에 B에게 털어놓았다. B는 A의 가장 밑바닥에 숨겨진 비밀의 고백을 듣고서는 A를 혐오하게 된다. 그 비밀은 A의 의지로 벌어진 일이 아닌 안타까운 과거였다. B는 A의 불행을 A와 동일시하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A는 왜 B에게 지하실의 상자를 꺼내 보여주었을까? 답은 비밀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사랑 받고 싶어서.’ 아픈 고백을 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찾고 싶어서다.
나의 비밀이 너무 무거워서 두려울 수는 있지만 세상에 비밀을 간직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고백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애정의 굴레로 베를 짜고 있다. 헐벗은 나를 온전히 사랑해줄 사람이 포근히 나를 안아주길 바라면서 모든 비밀은 비밀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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