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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언어의온도를 읽고
글쓴이 박서현

책과함께 썸타기좋은날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처음이라는 기대,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긴장,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회를 거듭하면서 잊혀 져 갔고,다양한 장소에서 이야기 했던 모든 것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아련하게 남아있다.

책을 통해 만난 이 짧은 순간을 떠올리면 첫 시간에 했던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 속 ‘나이를 결정하는 요소’에 대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다른 분들에 비해 한두 살 어린 나로서는 불혹을 갓 넘어서까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나를 발견했고, 처음으로 깊이 있게 내 나이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기 듯 남들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지금의 내가 흘러가고 있었다.

나이를 떠올리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외형적인 노화현상이 떠오르고 과거의 지난날들 특히 기억에 남겨져있는 추억이 생각난다.
누군가는 지나온 날들이 후회로 남아 앞으로의 삶을 다르게 살아 볼 것이란 포부를 들어냈고, 또 다른 이는 나이가 드는 것이 서글프다고 이야기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흔한 말을 곱씹으면 일부 동의하지만 일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이제한을 두고 사람을 뽑고, 모집하고, 조직되어지는 것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취업에 있어서 나이제한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수치화 하고 있다.
또한, 어느 조직, 모임에 있어서도 자기소개에 빠지지 않는 몇 년생과 30대, 40대 등으로 밝히는 것이 당연 시 되어 지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라는 말이 다소 모순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정말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면 100세 시대에 60대는 그야말로 청춘이고 젊은 생각과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면 30대에도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 사회적 편견, 개인적 편견)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철인3종 경기대회에서 60대 이상이 우승을 해서 화제가 된 기사나 20,30대도 힘들다고 하는 사시에 두 아이의 엄마인 40대 주부가 당당히 합격하는 뉴스를 접할 때에는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라는 말이 맞기도 한 것 같다.
나도 한때 아이를 낳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조건에 맞춰 서류를 넣었다가 불합격이라는 회신이 왔을 때 적잖이 실망하고 살짝 억울해 담당자에게 떨어진 이유를 물었던 적이 있다.
이유인즉슨 공고에는 나이제한 없음이 나와 있지만, 내가 일할 곳의 상사가 내 나이보다 어리기 때문에 일 할 때 불편할 수도 있어 조금 곤란할 것 같다는 것 이였다.
그때에도 난 잠시 기분이 나빴을 뿐 곧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뭐 하고 털어버렸지,나이가 걸림돌이 된다거나, 이제는 내가 늙었구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 ‘나이 듦’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체감하는 횟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나도 모르게 조금 씩 가졌던 이유를 곰곰이 살펴보면, 
예전부터 이웃으로 알고 지내던 70세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길을 가다 만나면 늘 카랑카랑 목소리로 먼저 나를 불러 세우고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곤 하시는데, 항상 안경 넘어 로는 곱게 화장을 하시고 똑똑똑 소리가 나는 낮은 힐을 신으시며 손에는 어김없이 책을 한권 들고 계시는 것을 종종 보곤 했다.
어떤 날은 소설책을 또 어떤 날은 역사책을...
어느 날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들고 계시는 모습에 궁금증이 생겨 할머니에게 몇 마디 건네니, 책 어느 부분이 참 맘에 와 닿았고 유시민의 다른 책들을 죽~~ 늘어놓으시며 한참을 책 이야기로 눈을 반짝이다 할아버지 점심 차려드리는 것을 깜박하셨는지 호호호 웃으시며 손을 흔들고 뛰어가던 모습이 잊을 수 없다.
뒤 돌아서며 순간 나도 모르게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다.
그 어르신의 카랑카랑 밝게 건네는 인사보다 그 나이에도 변함없이 관리하는 외모가 아닌,대접받길 바라거나, 훈계를 늘어놓는 게 아닌, 거리낌 없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쾌활함이 나에게는 신선하기도 하고 좋아보였던 것이다.
애써 젊어 보이고 싶어 한다거나 불어 나이에 맞게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인가 아닌가를 집중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정답이 없는 나이를 결정하는 요소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하겠지만, 나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나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존재하는 24시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듯,누구에게나 공평한 나이 듦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이 순간만 누릴 수 있는 것들에 충실해 보는 것이 나이를 결정하는 요소의 정답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책과 함께 썸 타기 좋은 날로 인해 삶에 대해, 나에 대해 진지하게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