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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나에게 닿았던 변화의 감촉
글쓴이 강유미
감촉이 뒤늦게끔 나에게 닿았다. ‘예전 같지 않다.’ 그 때는 이미 그 애의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난 뒤였다. 자신이 피곤할 정도로 주위를 챙기고 한결같은 성격일 줄 알았던 친구였다. 사년동안 줄곧 이 모습 였다. 하지만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고 상대에게 오지랖 부리는 게 이제는 싫단다. 주변인들이 말을 하지 않는 본인을 더욱 신경 쓰고 기분을 맞추어 주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고 했다. 지금 그 애는 매사에 무기력하고 반대로 매사에 예민하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온 굳건한 신념이 물에 젖어 흐물흐물해져갔다. ‘너는 이렇게 변하고야 마는거야?’ 예전으로 돌아오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소리쳐서 바뀔 수 있는 일이였다면 몇 번이고 그랬다. 개인의 우울은 전문의라도 쉽게 치료할 수 없는 지극히 혼자만의 일이었다. 동굴의 사람처럼 연락도 잘 되지 않아서 나는 티내진 않았지만 함께 우울을 앓았다.
네가 사토라레의 주인공도 아닌데, 내가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도 아닌데 어떻게 너를 다 아니? 나는 너를 위해 대나무숲이 될 수 있었다. 친구가 슬피 걸어 결국 나에게로 왔을 때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는 기쁨을 얻었지만 나는 남을 위로하는 법을 제대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답 없는 숲일 뿐이었다. 하지만 응어리를 털어놓아 마음이 편해졌다고, 정말이지 고맙다고 그 애는 그렇게 말했다.
며칠 후 다행히 성격적 방황이 막을 내렸다. 과거와 완전히 같다고는 볼 수 없지만 소량의 우울을 회복했다. 안심했던 점은 그 애와 멀어질 결심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였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곁에 둔다는 건 많은 감정의 칼로리가 소모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아예 신경을 꺼버리면 덜할까 하는 극단적인 결심도 해왔다. 남의 변화가 나에게 이다지도 큰 발자국을 남기다니 무서운 일이었다. 나는 마치 바람을 맞은 갈대처럼 휘청대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아요.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거니까요.’ 라는 대사가 있었다. 앨리스의 대사를 듣고 모든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의 돌풍에 언제까지고 두려움을 가질 수는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마냥 달갑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일어나는 멋진 일이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