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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RE]글을 쓴다는 것
글쓴이 글사랑

노윤친구 글 늘 잘 읽고 있어요. 많은 글나라 친구들이 좋은 글 즐겨 읽고 있겠지요.
무릇 글은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고 적절한 표현으로 쓰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노윤친구가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좋은 방향이라 생각해요. 계속해서 많이 읽고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은 메모해 두세요. 그리고 자신의 글에 적절하게 활용하면 좋겠지요. 많은 훌륭한 문장들이 이미 기존 작가에 의해 사용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많이 써 보아야 겠지요. 많이 쓰다 보면 자연스러운 표현이 될 거에요.  부족하지만 선생님 글 하나 붙일게요. 
계속해서 글나라와 행복하세요. 아자~~


화두
'글은 왜 쓰는가?'
늘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다주며 내 창작의 힘이 되어 주던 글벗이 얼마 전 건넨 화두이다. 이 명제 앞에서 몇 날을 무거움으로 보냈다. 잠깐의 생각 끝에 전한 내 답 글을 접하고서 벗은 꾸짖음과 함께 며칠간을 긴 고뇌 속에서 얻은 명쾌한 답을 보내왔었다.

보내온 글에서 벗은 무릇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깊이 고뇌하였을, 해 보아야 할 화두라고 전제하고 단발머리시절 교과서에 실린 수필들을 접하며 글쓰기가 시작 되었다고 회상하고 있었다. 밤을 지새우는 열정과 고뇌의 침묵을 반복하며 언젠가부터, 살기위해 밥을 먹고 공기를 마시듯 글쓰기가 일상이 되었다 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념과 고뇌들이 사유의 시간을 거치면 곰삭은 한 편의 글로 탄생되는 것이리라. 이제 벗은 더한 자유로움으로 진정 참다운 문인의 길을 걷고자 다짐하면서 이 화두를 풀고 있었다. 벗이 대견하고 존경스럽다. 훈훈한 감동과 고개 끄덕임으로 벗의 작가 정신을 대하며 더한 정진으로 문단에 우뚝서길 소망하는 마음이 되며 이 화두에 대한 고민은 다시금 시작되었다.

문학 청년이었던 맏형을 그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만 보았던 어린 시절 그 소년이, 언제인가 찾아든 삶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명분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나의 글쓰기이다. 스치고 지나간 그 해 유월의 어느 날, 예기치 못했던 그 날, 그 감당할 수 없었던 폭퐁우가 나를 집어삼킨 날 이후, 그러고도 한참 후에야 나에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주어졌음을 알았다. 잃어버린 반쪽의 허허로움을 채워 주기 위한 신의 동정인가?
이렇게 시작된 글쓰기는 두려움을 지닌 채 내 얘기를 들추어내어 엉겨있던 시선을 헤집고 들어가 자연을, 고향을, 그리고 동심을 통해 사랑을 끄집어내어 더불어 살아 가야함을 희망이 존재함을 찾으러 하였던 시간들이었다. 난 행복했다. 이러한 시간들과 보내던 중 등단이라는 선물은 한순간 희열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뿐 어떤 낯설음과 또 다른 모자람이 무게로 엄습했다. 이런 느낌들로 망연히 펜을 놓고 있던 터에 벗에게서 받은 이 화두는 왠지 애절함으로 다가왔었다.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그 어둠과 침묵 속에서 펼쳐지는 것이 곧 글을 쓸 수 있는 조각들이라 여겼다. 이것이 자기 응시이며 이는 곧 고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껏 나는 그 고통들을 승화시킨다는 견지에서 백지를 채워 왔다. 허나 깊이가 부족하였음을 새삼 느낀다. 다만 자기 부정으로 이어져 표현의 한계를 느껴 왔었다. 이것이 동안의 글쓰기에서 느껴왔던 불안이며 두려움이었음을 직시하는 이 시간이다.

이제 울음을 멈추러 한다. 슬픔이 밀려오면 바다가 내 몸 안에서 출렁거렸다. 그러나 바다는 슬픔들을 평화롭고 그윽하게 받아들이며 너울대고 있었다. 그런 바다를 함께 슬퍼하자며 부여잡고 애원하였던 모습들이 스쳐 지난다. 그러면서 토해 내었던 것이 지금껏 나의 글이다. 부끄럽다. 이제 나도 벗처럼은 아니어도 내 인생의 이정표를 바로 세워 가는 작업으로, 그리고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깊이 사유하러 한다.

자신의 얼굴을 거울이 아니고는 보지 못한다. 그러기에 거울을 보는 조금의 시간을 빼고 나면 남을 위한 것이 얼굴이다. 하물며 꿈속에서도 내 얼굴은 볼 수 없지 않은가?
글도 이와 무엇이 다르랴. 글쓰는 이가 자기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도취에 빠져 있다면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겨우 연민에 호소하는 것임을 이제서야 깨우친다. 착각이 확인되지 않으면 현실이 되듯이. 이 화두로 인해 내 얼굴을, 글을 확인 할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동안의 두려움이 여기에서 기인되었음을 소중히 얻는다.

깊이 사유해야 할 것이다. 성숙해야 하리라. 생각이 자유로워 거칠 것이 없어야 할 것이다.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할말이 들어있는 살아있는 글을 써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내 글에 그러함이 담기어 지도록 정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이들과 나누어 가지는 즐거움을 통해 맑은 선홍빛 미소를 함께하며 평행선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하여, 이제 내 글 속에 조그만 나의 아픔은 깊이 깊이 묻어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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