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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프로듀스101을 애청하며
글쓴이 강유미
엠넷에서 방영중인 프로듀스101이라는 프로그램이 뜨거운 감자다. 101명의 소녀들이 “국민프로듀서님, 잘 부탁드립니다!” 단체로 꾸벅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처음에는 불쾌함이 들었다. 인간을 상품화한 모양새였다. 선택받기 위해 예뻐야 하고, 잘나야했다.
나는 프로듀스101을 애청한다. 처음에 다가왔던 불쾌함을 차치하고 적당히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워낙 여럿이 모여 있어 성격들도 유순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포 같은 사람도 있었다. 경쟁이 메인인 만큼 이기심의 형태도 개성에 맞게 드러났다.
솔로가 아닌 그룹미션인 만큼 역할을 분담하는 일도 중요했다. 팀이 살기 위해서는 각자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표를 많이 얻으려면 눈에 띄는 센터나 메인보컬을 해야만 했다.
한 연습생은 의견을 충분히 물어보지도 않고 역할들을 적어나갔다. 피디가 “왜 이렇게 빨리 정했어요?” 묻자 “그냥 보면 (어떤 역할이 어울릴지) 보여요.” 하고 대답했다. 이 조의 막내는 “나는 사실 다른 역할이 하고 싶었지만 막내라서 버릇없어 보일까 말하지 못했고 또 말하기 무서웠어요. 눈매도 무섭고.” 라고 인터뷰했다. 이 연습생이 센터나 메인을 하진 않았지만 같은 소속사친구에게 센터를 주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에 재빠르게 자기 이름을 써넣는 것을 보니 여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누구하나 싫다 대놓고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느끼기에 태도는 충분히 강압적으로 느껴졌다.
또 다른 팀의 이야기다. 팀원들의 투표로 메인보컬을 결정했지만 자신이 메인이 아니라는 것에 실망을 느낀 연습생이 표정이 눈에 띄게 좋지 않았고 지도 선생님께도 지적을 받았다. 마치 엄청난 불합리를 경험한 표정이었다. 투표로 결정된 메인보컬이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메인을 뺏겼다.’ 생각한 연습생은 좀처럼 눈을 마주치려하지 않았다.
마지막 사례이다. 한 연습생이 메인보컬과 센터를 모두 차지한 것이다. 편집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역할을 결정하기 위해 의논은 한 것처럼 보였다. 팀 조원이 “저도 센터 하고 싶었다. 아쉽다.” 하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는 착하다가 하고 싶은 걸 놓치는 것보다는 살짝은 이기심을 부릴 줄 아는 게 좋다. 본인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면 이기심은 성취로 증명될 수 있다. 마지막 사례의 연습생은 비록 팀미션에서 패배하긴 했어도 센터와 메인보컬을 할 만한 자질이 있었고 팀원들의 부족한 점도 꼬집어 연습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고깝지 않았다. 두 번째 연습생은 기분 나쁜 티를 있는 대로 내어 어린 티가 났지만 그럴 만한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덜 고까웠다. 하지만 첫 번째 연습생은 어떻게든 엮이고 싶지 않은 부류였다. 자신의 의견이 제일이다 라는 태도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도 경험했기 때문에 진절머리 났다.
프로듀스101은 시청자가 보기에는 하나의 쇼이지만 101의 소녀들에게는 꿈이다. 나는 내게는 사라진 간절함과 열정을 가진 친구들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땀 흘리고 눈물짓고 이루어져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꿈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도 저 친구들처럼 간절할만한 것이 찾아올 것만 같다고 상상하게 된다. 이기심이란게 사실 좋지 않은 덕목이지만 목표가 있기에 나는 그들의 이기심도 빛이 나 보인다. 이기적이지 않으려 애쓰다 놓친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의 답답함을 대신 해소시켜 주는 것만 같다. 다만 설득할 수 있는 이기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