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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엄마, 이제 우리 함께 해요.
글쓴이 이단비

엄마, 이제 우리 함께 해요.

안녕초등학교

4학년 이단비

 

우리 할머니는 전북 고창에서 혼자 사신다. 주변에는 온통 논 밭 밖에 없지만 온전히 내편이 되어 주는 할머니를 뵈러 가는 길은 언제나 신난다. 이번 추석에는 고구마도 캘 수 있고 사촌동생 성찬이, 강산이와 놀 생각에 나는 마냥 신났다. 하지만 엄마는 달랐다. 출발전날부터 복통이 있으셔서 몇 번이나 휴게소에 멈춰서야 했고 도착해서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할머니는 식사 후 밭에 가버리시고 엄마는 여느 때처럼 냉장고와 집안 청소를 하셨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면서 화장실은 들락날락. 처음으로 할머니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우리엄마도 외갓집에서는 귀한 딸인데 할머니 댁만 오면 노예처럼 일만 하시는지 왜 밥도 못 먹을 만큼 아프면서 그렇게 일을 하시는 것인지 속상했다.

아프면 좀 쉬라고, 아빠도 큰아빠도 계신데 왜 엄마 혼자 다 하려 하냐는 나의 말에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한번 왔을 때 해드리고 가야지 엄마 마음이 편하다고 하신다.

~ 내말이 통할 리 없지. 그럼 내가 도와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송편 빚기, 전 재료 준비하기, 청소기도 밀고 설거지도 했다. 비록 옷은 흠뻑 젖고 밀가루랑 계란을 쏟긴 했지만 큰엄마도 안 오셔서 아픈 엄마 혼자 명절 음식 준비하기 힘드셨을 텐데 내가 도와 드려서 그래도 조금은 편하셨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이렇게 힘든 데 아픈 우리엄마는 더 힘들었겠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명절 연휴동안만이라도 동생이랑 싸우지 않으려 노력하고 할머니가 엄마께 시키는 심부름 내가 얼른 일어나서대신 해드리고 엄마 어깨도 수시로 주물러 드렸다. 엄마는 괜찮다며 우리 딸 힘드니까 그만하라고 하시지만 괜찮지 않은 거 다 알아요. 엄마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요? 저 요즘 맘에 좀 드세요? 매일 어제보다 더 나은 딸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이젠 아프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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