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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이별의 준비
글쓴이 강유미
걱정은 대부분이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어서 사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는 이별만큼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며 미리 준비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방접종과 같은 거였다. 나는 페스츄리처럼 한 겹 한 겹의 보호막을 덧발라놓았다. 덕분에 이별의 첫 느낌은 크지 않았고 생각보다 덤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끝이구나.
이별의 준비는 딱히 별다른 게 없었다. 타인의 헤어짐을 듣고, 헤어짐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비극이 아니구나 여기는 거였다. 그럴 때면 평범함이라는 기준이 있다는 게 좋아지기도 했다. 불행한 사람만이 겪는 게 아니라 평범한 누군가에게도 다가오는 일이구나 보다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신파의 주인공처럼 지하까지 파고들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그렇게 무던하게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윽고 둑에 가둔 댐이 걷잡을 수 없이 펑 하고 터져버리고야 말았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듣는 관계의 끝은 달구어놓은 면역력을 무너지게 했다. 마음의 창은 끊임없이 말간 슬픔의 인정을 쏟아내었다. 젖어버린 수많은 약속의 조각들은 허무하리만큼 쉽사리 흐물흐물해졌다.
끊임없는 인정을 쏟아낸 그제서야 물에 젖은 옷을 벗어버린 듯 후련해졌다. 헤어짐의 순간이 어찌 안 아플 수가 있을리가, 아프지 않고자 하는 건 욕심이었다. 미숙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통증을 참으려고만 했었다. 이별의 준비는 뒤늦게서야 효력을 나타내었다. 다친 상처를 꿰매고 새 살을 돋을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나는 앞으로도 사람을 만나면서 이별의 준비를 해야만 할거다. 누군가는 겁쟁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아마 영영 포기할 일은 없을 거다. 사람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사는 것은,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하는 것은, 모두가 천치에 미련하기 때문만은 아닐 거다. 기나긴 마라톤에서 갈증을 해소시켜줄 오아시스를 찾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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