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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좋은 내용만 쓰기를 바라는 부모님


학교 선생님들에 따르면 어떤 아이들의 일기는 좋은 내용으로만 일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부모님들의 권유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쓰는 일기의 글감이 밝고 미래지향적일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강요나 권유에 의해 의도적으로 부정적이거나 어두운 부분을 감추어야 한다면 일기의 기본 취지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반쪽짜리 일기쓰기로 전락하게 된다.


부모님들이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가정이나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발달과정의 특성상 부모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그리고 우리 집의 형편도 알고 가족들에 대한 특성도 나름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아이는 부모님이나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도 쓰기 시작한다. 당연히 부모님은 가정의 좋지 않은 모습이 고스란히 선생님에게 노출되는 것이 창피스럽고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게 된다. 이러한 부모님의 생각은 집안의 좋지 않은 일은 감추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는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의 일기지도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님이 일기의 내용을 제한하게 되면 아이는 일기에 쓸 수 있는 내용과 써서는 안되는 내용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고, 급기야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서도 그렇게 구분해서 쓰게 된다. 솔직하지 못한 일기쓰기를 부모님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이다.


학교선생님이 아이의 일기를 통해 가정에서의 생활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남이 알면 창피스러운 일들은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아이가 일기에 쓰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의 가정생활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기보다는 아이의 학교생활을 통해 아이의 환경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계신다. 따라서 선생님을 의식해서 아이의 일기내용을 결정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가정적인 문제이든 아이에 관한 문제이든 있는 그대로를 쓰도록 하면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를 지도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담임선생님은 제2의 부모님이다. 선생님이 아이의 정서나 가정환경을 일기를 통해서 더 잘 알고 그에 맞게 세밀하게 보살펴 주실 수 있다면 부모님으로서는 오히려 든든한 힘이 된다.


학부모님들이 아이들 일기에서 가장 감추고 싶어 하는 부분이 부부싸움이라고 한다. 그런데 크고 작은 부부싸움은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가정이 있을까? 아이의 선생님이 결혼을 하신분이라면 선생님도 부부싸움은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학부모님의 입장에서는 그런 사실을 감추기 보다는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서 “어젯밤 아빠와 다툼이 있었는데 아침에 아이에게 밥을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아이는 모르게 해야 하는 것인데, 어쩌다보니 실수를 했습니다. 아이가 아침도 못 먹고 학교에 가버려 걱정이 많습니다. 선생님께서 잘 보살펴 주세요.” 라고 부탁을 드리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일기지도는 물론, 아이의 교육은 부모님이 선생님을 신뢰하고 모든 것이 같이 의논하고 걱정할 수 있을 때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