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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화나는 일, 속상한 일, 억울한 일, 창피한 일


아이들이 솔직하게 쓰지 않는 일기의 내용은 자신이 잘못한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상 외로 많은 아이들은 속상하고 억울한 일도 솔직하게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이들의 생활환경으로 볼 때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대상이 부모님이거나 선생님 그리고 학교의 친구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직접일기를 읽어볼 것이라는 이유로, 같은 반 친구들은 선생님께 고자질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쓰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은 아이나 어른을 가릴 것 없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할 때 마음의 병이 생긴다. 마음의 상처는 이야기를 하거나 글로서 표현함으로써 치유될 수 있다. 아이들이 일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다면 아이의 정서를 살피는데 도움이 될 뿐더러 아이의 정서발달에도 유익하다. 
다음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쓴 일기이다.


<6월 14일 날씨 : 맑음>

선생님은 공평하지 않다. 오늘 자습시간에 교실에서 떠든 아이는 수길이였는데 선생님은 수길이는 그냥 두고 떠들지도 않은 나를 꾸중하셨다. 나는 선생님이 들어오실 때 수길이가 너무 떠들어서 좀 조용히 하라고 했을 뿐인데 나만 꾸중하시니 나를 미워하시는 것 같다. 너무 억울하다. 수길이는 나쁜 놈이다. 내가 꾸중을 들을 때 자기는 아무잘못이 없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나 같으면 그러지 않았겠다. 자기가 잘못해서 친구가 꾸중을 들으면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해야지 가만히 있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우리 반 아이들도 비겁하다. 내가 떠들지 않은 걸 알면서도 아무도 이야기 해 주지 않았다. 정말 억울하고 분한 날이었다. 선생님이 계속 나만 미워하실 까 봐 걱정이다.


학생은 선생님이 읽으시고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이 되었지만 자신의 억울한 감정을 일기를 통해 솔직하게 표현했다. 학생의 말에 의하면, 일기를 읽으신 선생님은 학생을 따로 불러 자상하게 사과를 하셨다.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올 때 일기를 쓴 친구가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저쪽 복도에서부터 들리던 소리도 일기를 쓴 친구가 떠든 것으로 잘못 아셨다면서 선생님이 잘못 알고 그랬던 것이니 선생님을 이해해 달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선생님이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실수를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까지 하셨다. 그리고 일기를 쓴 친구를 결코 미워하시지 않으며, 오히려 모범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학생의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이 된다. 아이들은 일기를 솔직하게 쓰라는 백 마디의 말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과 선생님은 결코 내 마음을 숨기거나 경계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나의 문제를 나와 함께 걱정하고 해결해 주실 분으로 생각하게 된다. 일기를 통해 나타나는 아이의 감정을 충분하게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이 아이가 솔직한 일기를 쓸 수 있도록 지도하는 지름길이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