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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길게 쓰기와 자세하게 쓰기


(1) 짧은 글의 일기라 할지라도 아이의 생각이 담겨있으면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일기를 길게 쓰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일기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대개 짧고 간단한 일기를 쓰려고 한다. 아이들의 일기는 항상 길게만 써야 좋은 것일까?


<2002년 3월 00일 날씨 : 흐림>
외할머니께서 오셨다. 엄마가 아파서 할머니가 엄마를 돌보시기 위해 오셨다. 나는 엄마가 걱정하실까봐 혼자서 열심히 숙제를 하였다. 나는 엄마가 계속 아플까봐 걱정이 된다. 할머니의 간호로 엄마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2002년 4월 5일 날씨 : 맑음>
오늘은 식목일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어서 집에서 만화영화도 보고 컴퓨터도 하였다. 저녁에 가족이 외식을 하였다. 감자탕을 먹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백화점에 들렀다. 여러 가지 물건이 많이 있었다. 엄마는 반찬을 사고 아빠와 나는 여러 가지를 구경하였다. 나는 새로 나온 컴퓨터 게임 CD를 사고 싶었지만 아빠가 사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오는 길에 차들이 막혀 아주 늦게 집에 도착하였다. 엄마가 늦었더라도 내일 학교 갈 준비를 하라고 하셔서 나는 가방을 챙겼다.

위의 일기는 짧지만 중요한 일과 아픈 엄마와 관련된 아이의 생각과 희망이 잘 정리되어 있다. 반면 아래의 일기는 분량 면에서 위의 글보다는 길게 썼지만 알맹이가 없이 일과를 나열한 글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듯 아이들의 일기는 길게 썼다고 해서 무조건 장려하고 격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짧은 일기를 썼다고 해서 나무랄 일이 못된다. 아무리 짧은 글의 일기라 할지라도 아이의 생각이 담겨있으면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건의 핵심을 읽고 그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간단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일기지도를 통해 추구해야할 가치이다.


(2) ‘길게 쓰라’고 하기보다는 ‘좀 더 자세하게 써보라’고 일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좀 긴 글을 쓰도록 지도하려면 ‘길게 쓰라’고 하기보다는 ‘좀 더 자세하게 써보라’고 일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짧은 글을 쓰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읽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일기는 자신이 자신에게 관련된 일을 쓰는 글이어서 더욱 그런 경향이 많다. 일기가 남에게 보여주는 글이 아닌 속성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교육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남이 읽어 궁금한 점이 없도록 자세하게 쓰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구체성이 없는 일기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엔 자기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내용이 되어 궁금해진다.

아이들이 자세하게 쓰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질문하기가 있다. 질문하기는 우선 엄마가 일기 내용에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스스로가 질문하면서 쓰도록 하는 방법으로 일기 뿐만 아니라 모든 글쓰기 지도에서 유용하다. 다음 일기는 아이가 처음 쓰려고 한 일기의 내용이다.

오늘은 기분 나쁜 날이었다. 나는 성현이가 나쁜 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성현이는 나를 계속 놀린다. 나는 성현이에게 잘해 주었는데 성현이는 나에게 잘 하지 않고 놀린다. 앞으로는 성현이와 놀지 않겠다. 피카츄도 돌려받을 것이다.


아이가 쓴 일기에서 어머니가 궁금한 점을 질문한다. 어머니가 궁금한 내용은 아이가 잘 알고 있다. 아이는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생략한 것이다.
- 성현이가 뭐라고 하면서 놀렸는지 궁금하네.
- 네가 어떤 말을 했는데 성현이가 계속 놀렸지?
- 네가 성현이에게 잘해주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잘해주었는지도 궁금하네.
- 그리고 피카츄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네. 설명해 줄래?

아이가 한 대답을 일기에 같이 쓰도록 하면 아이는 다음과 같이 긴 글을 쓸 수 있다. 물론 내용도 구체적이어서 읽는 사람이 한번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4월 24일 날씨 : 오전에 흐렸다가 오후에 갬>

오늘은 기분이 나쁜 날이었다. 나는 성현이가 친구가 싫어하는 짓을 자꾸 하기 때문에 나쁜 아이라고 생각한다. 성현이는 나를 뚱보라고 놀린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탁자 사이를 지나다가 내 뚱뚱한 엉덩이가 탁자에 걸렸는데 성현이가 큰소리로 "저 뚱보 때문에 반찬 엎지르겠다. 조심들 해라!"고 말했다.
저번에도 뚱보라고 이야기해서 내가 싫어하는 소리니 앞으로는 하지 말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성현이는 계속 들은 척도 안 한다.
나는 성현이에게 떡볶이도 사주고, 숙제도 도와주고 잘해주었는데 성현이는 오히려 놀리기만 한다. 앞으로는 성현이와는 놀지 않겠다. 저번에 길거리에서 크레인 뽑기를 해서 나는 피카츄 인형을 두 개나 들어 올렸다. 같이 크레인 뽑기를 하고도 하나도 들어올리지 못한 성현이에게 내가 뽑은 인형을 하나를 줬었다. 그런데도 자꾸 뚱보라고 놀려댄다. 괘씸한 생각이 들어 그 인형을 돌려받아야겠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