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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일기와 관찰력


간혹 일기쓰기를 통해 관찰력이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학부모님이 계신다. 관찰일기나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쓰는 특수한 형식의 일기라면 당연히 관찰력이 향상되겠지만 일반적인 생활일기가 아이들의 관찰력에 그리 큰 영향을 주겠느냐는 의견이다. 학부모님의 지적은 당연하다. 관찰 일기는 자연현상이나 사물의 상태, 동식물의 성장 과정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그 변화과정을 기록하는 일기이기 때문에 관찰력을 기르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형식의 일기이다.


여행(기행)일기나 그림일기도 적지 않은 관찰력이 요구된다. 여행일기는 여행과정에서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은 물론 본 것을 일기로 써야하기 때문에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장소와 사물 인물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저학년 학생들이 쓰는 그림일기에도 아동의 관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림 활동은 대상을 관찰하여 영상이미지를 재생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어서 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잘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관찰일기, 여행일기, 그림일기 등과 일기는 그 속성상 아이들의 관찰력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가장 많이 쓰는 생활일기는 관찰력이 필요 없는 것일까? 저학년 아이가 쓴 일기와 고학년 아이가 쓴 일기는 어휘의 선택이나 문장 구성에서 차이가 난다. 가장 두드러지게 비교되는 부분은 구체성과 생동감이다.


<동생이 쓴 일기>
과 함께 엄마 심부름을 갔다. 큰 길에서 자동차 사고가 났다. 택시와 봉고차가 사고를 냈다. 차들이 찌그러졌다. 봉고차 주인이 택시 기사에게 화를 내서 서로 싸웠다. 나는 그렇게 직접 차가 사고 난 것을 가까이에서 처음 보았다.


<형이 쓴 일기>
동생과 엄마 심부름을 가는데 큰길가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서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가까이 가 보니 자동차 사고였다. 택시는 오른쪽 앞부분이 푹 찌그러졌고 깜박이 등이 다 깨져서 길 위에 떨어져 있었다. 봉고차는 옆구리가 푹 들어가 있었다. 택시가 미끄러지면서 봉고차를 받았는지 봉고차는 뒤에서부터 긁힌 자국이 크게 그려져 있었다. 봉고차 주인은 뚱뚱했는데 화가 잔뜩 나서 얼굴이 벌겋게 변해 있었다. 택시기사님도 손가락질을 하며 같이 싸웠다. 그러나 택시기사님의 얼굴에 자신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택시기사님이 잘못한 것처럼 보였다.


동생과 형이 같이 본 자동차 사고를 일기에 썼지만 형의 일기가 더 구체적이고 생동감도 느낄 수 있다. 형이 동생보다 더 자세하게 사고 장면을 관찰하고 일기에 옮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생은 형이 본 장면들을 보지 않았던 것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만일 보고도 일기에 쓰지 않았다면 그건 의미 부여에 실패한 탓이라고 보아야 한다. 글은 묘사의 정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냥 ‘할머니가 웃었다’는 표현과 ‘할머니가 싱긋이 웃었다’는 표현은 의미가 다르며 ‘할머니가 싱긋이 웃는 입가의 주름이 더 깊어 보였다’는 표현의 의미는 더욱 다르다. 묘사하기에 따라서, 그리고 얼마나 상세하게 묘사하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고 구체화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묘사를 통한 의미전달에 능숙한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묘사력은 평소의 관찰습관으로 길러진다.


이같은 원리로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은 자세한 관찰을 통한 세부 묘사능력과 함께 발달한다. 따라서 일기를 매일 쓰는 학생은 관찰력도 우수해진다. 매일 일기를 쓰는 학생은 글쓰기 과정에서의 묘사를 염두에 두고 평소에 주위의 사물이나 사건을 면밀히 살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관찰력은 일기의 글감을 선택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사건을 겪거나 장면을 보았어도, 자세하게 관찰한 아이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글감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관찰력이 부족한 학생은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쓸거리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일기쓰기를 지도할 때는 아이의 글을 통해 아이의 관찰력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