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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글쓰기지도

제목 아이가 쓴 일기의 가치


위인들의 일기를 예로 든 설명을 듣고 단번에 일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아이들은 우선 위인과 자신의 차이를 먼저 인식하고 그들이 쓴 일기와 자신이 쓴 일기가 동일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자신의 일기가 개인에 대한 기록은 될지 몰라도 역사의 기록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워한다. 다음과 같은 일기는 개인의 일기가 역사의 기록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


<2002년 6월 26일 날씨 : 맑음>

오늘은 우리가 독일과 월드컵 4강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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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와 함께 목이 터지도록 응원을 했지만 결국 우리는 1: 0으로 지고 말았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체력이 모자라는 것 같았다. 한 골만 넣었으면 연장까지 가서 이길 수도 있었는데....... 참 아까운 경기였다. 그래도 나는 우리 선수들이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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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쓴 학생은 우리나라가 독일에 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그 원인이 체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것은 개인의 경험과 느낌에 대한 기록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이 일기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많다. 우선 2002년 6월 26일의 날씨가 맑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02년 월드컵 경기가 우리나라에서 치러졌다는 사실은 물론 경기 결과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개인에 한정된 것이 아닌 세상 사람 모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역사(세상 일)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일기도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2005년 3월 20일 날씨 : 맑음>

오늘은 너무 놀란 날이었다. 집이 흔들리고 현기증도 났다. 나는 처음에는 지진이 일어나 그런 줄은 몰랐다. 놀라서 큰방으로 가려는 데 엄마와 아빠도 놀라서 거실로 나왔다. 뉴스를 보니 일본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서 우리나라까지 왔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일어난 지진 중에서 가장 큰 지진이라고 했다. 얼마 전에도 이웃 나라에서 지진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지진 때문에 해일이 일어 바닷가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큰 지진이 일어났다고 하니 무섭다. 우리 집은 바닷가가 아니라서 해일은 무섭지 않지만 15층 아파트여서 금방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 후략 -

이 일기 역시 지진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몰론,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큰 지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다음의 일기는 아이가 별 생각 없이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의 하루를 썼다. 하지만 처음으로 토요 휴일제가 시행된 중요한 사실이 기록되고 있다.



<2005년 3월 28일 날씨 : 흐림>

오늘은 토요일이지만 학교에 가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이제부터는 한 달에 한번씩 토요일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나는 나만 학교에 가지 않는 줄 알았는데 아침에 보니까 중학생인 누나도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계속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오후가 되니까 심심했다. 누나가 학교에는 가지 않지만 학원에는 간다고 나가서 나는 혼자 있기가 심심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가게로 오라고 하였다.

- 후략 -

일기의 내용에 기억할 가치가 있는 어떤 사건이 기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역사적인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생활의 기록이 더 큰 역사적 가치를 지닐 수도 있다. 조선시대의 어린이들의 생활은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려진 것은 학습이나 가정생활, 놀이 등에 대한 것으로 국한 되어 있을 뿐 당시 아이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생활글은 거의 없는 편이다. 만일 당시의 어린이가 쓴 일기가 발견되었다면 당시 어린이들의 생활상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단순히 개인의 생활과 생각을 기록한 것에 불과하지만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겐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지금 아이들이 쓰는 일기도 몇 십 년, 몇 백 년 후에는 아주 소중한 역사적인 가치를 지닐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면 아이들이 어렴풋하게나마 일기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종정리일 2005년 4월 2일. 이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