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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독서지도

제목 어린이 독서 토론 지도
어린이들의 독서토론이 가능한가?

독서토론은 책을 읽은 다음에 읽은  내용을 검토하고 내면화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른들 독서 모임에서는 독서 토론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독서회라고 하면 곧 독서 토론 모임이라고 생각해도 틀림이 없을 정도다.  읽은 책에 대한 각자의 느낌과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그 책의 내용에서 문제점을 찾기도 하고,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좀더 분명하고 정확하게 주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독서 토론이 초등학교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까닭은 다음 몇 가지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독서 토론을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교사들이 품고 있기 때문이다. 곧 대다수 교사들이 어린이는  독서 토론을 할 지적 수준이  안된다고 미리 예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이들이 어른 독서회와 같은 수준으로 토론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린이 수준에 맞는 독서 토론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토론의 수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어린이 수준에 맞는 토론  내용과 방법을 제시하고 이끈다면 어린이들도  충분히 독서 토론을 할 수 있으며, 교사가 설정한 목표 도달이 가능하다고 본다. 1학년이면 1학년에 맞게, 6학년이면 6학년에 맞게 토론 내용과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교재를 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서 토론을 하려면  한 가지 책을 토론에 참가하는 어린이가 모두 읽어야 한다. 그러려면 한 반 어린이가 동시에 읽을 수 있는 수량의 책을 구입해야 한다. 최소한 모둠 토론을 하려고 해도 6-8권이 필요한데 이렇게 같은 책을 여러 권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학교 도서관에 이렇게 토론할 수 있을 정도로 같은 책을 여러 권 비치하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같은 책을 각자 사도록 하거나 학급 문고용으로 사야 하는데 어느 쪽이나 만만치 않은 문제다.

셋째는 독서 토론을 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국어책이  말하기·듣기·쓰기, 읽기로 나눠지면서 두 시간씩 나눠져 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진도 나가기도 바쁜 현실이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다음에  별도 시간을 마련하려고 해도 많은  어린이들이 학원 과외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남으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교사의 잡무가 많아 교사 자신이 시간을 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있음을 알면서도 독서 토론을 위해 교사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까닭은 앞에서 말한 대로 독서 토론의 중요성 때문이다. 우선은 교사가 어린이도 독서 토론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다른  활동과 마찬가지로 독서토론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게 되면 이를 실천하기 위해 둘째와 셋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독서 토론 방법과 교사가 할 일은?

독서 토론은 먼저 집단 구성에 따라 학급 전체 토론, 모둠 토론, 개별 토론으로 나눌 수 있다. 학급 전체 토론은 전체가 같은 동화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고, 모듬 토론은 6-8명을 한 모둠으로 하여 같은 동화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개별 토론은 교사와 어린이가 일 대 일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1) 전체 토론

전체 토론을 할 때는 교사가 사회를 보면서 지도자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어린이에게 모두 맡겨버리면 토론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교사가 먼저 독서 토론 사회자가 해야 할 일을 모범을 보여야 한다.

1단계로 동화 내용에 나오는 사실을 어린이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서너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어린이들이 동화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질문인 동시에 그 시간에 토론할 내용에 대해서 관심을 갖도록 이끌어주고, 암시하는 질문이어야 한다.  2단계는 사실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토론을 할  때 필요한 지식을 확대하는 질문이다. 3단계가 실제 토론이다. 처음엔 교사가 토론 주제를 마련해 주지만 몇 번 한 다음에 어린이들이 토론 주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토론  주제는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공통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골라야  한다. 4단계에서 토론 결과를 정리하고, 마지막 5단계에서 토론결과를 정리한  결론을 보충할 수 있는  자료나 책을 소개하거나 어린이들이 제안하도록 한다.

(2) 모둠 토론

모둠 토론은 6명 정도로 구성하는 것이 제일 좋다. 모둠 별로 사회자를 한 명씩 뽑은 다음에 사회자에게 1, 2단계 질문 항목을 만들어 오도록 한다. 그 항목을 보면서 교사가  예상하는 토론 주제에 맞는가 확인 지도를 하고, 사회자와 함께 토론 주제를 정한다. 이렇게  해서 3단계까지 정한 질문과 토론 주제를 8절지에 크게 쓰도록 한 다음에 8절지를 모둠원에게 보여주면서 질문과 토론을 진행하도록 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독서 토론 공책을 마련해서 모둠원끼리 의논해서 토론 주제를 먼저 정한 다음에 토론  주제에 맞는 1단계, 2단계 질문과 대답을 독서 토론 공책에다 쓴 다음에 토론을 진행하도록 한다. 1단계와 2단계 질문과 대답을 만들면서 토론 주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키울 수  있다. 교사는 다니면서 토론 과정을 지켜보다가 토론이 진행되지 않거나 한두 명이 서로 말꼬리를 잡는 경우에만 개입해서 매듭을 풀어준다.

(3) 개별 토론

특별히 토론이라고까지 이름 붙일 필요는 없다. 학급에서 유달리 책을 많이 읽는 어린이와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는 뜻이다. 특히 만화책이나 유령, 괴기, 명랑 동화 종류를 많이 읽거나 특정한 종류의 책만 집중해서 읽는 어린이를 지도할 때 필요하다. 책에 대한 2단계 질문, 곧 책 내용을 해석하는 질문을 던진다. 어린이의 해석에 대한 교사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토론으로 이끈다. 곧 어린이 스스로 교사가 던지는 해석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 자체를 토론한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1·2학년은 대개 전체 토론으로 진행하면서 교사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으로 이끌어 갈 수 있으면 된다. 한 명의 등장 인물-주인공이 겪은 사건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하게 하고, 이에 대해 다른 어린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정도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도 성과가 있다고  본다. 3·4학년도 전체 토론은 물론  모둠 토론도 질문지와 토론거리를 교사가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토론 주제도 등장  인물이 겪은 사건을 내가 겪었을 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정도가 좋겠다. 5·6학년은 전체 토론과 개별 토론도 많이 하면서 모둠 토론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이끌었으면 한다. 1, 2 단계  질문을 만드는 경험을 하도록 하여 주제까지 스스로 찾아내도록 한다.  주제를 바르게 찾아야 토론이 재미있게 된다.

토론 교재를 어떻게 선택 마련할까?

토론 교재로 삼을 동화는 어린이들이 대부분 경험할 수 있는 사건이 들어 있는 것을  골라야 좋다. 형제나 친한 어린이들 사이에 일어난 싸움, 전자오락을 하다 생긴 일, 물건을 잃었다가 훔치다 생긴 일, 남녀 차별이 뚜렷하게 드러난 장면, 시험과 관련된 일, 교통  사고, 장애아 생활, 공부하다 생긴 일 등을 담은 동화면 토론 거리가 풍부하다. 그래야 토론할 때 자기가 겪거나 친구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 토론이 활발해 진다.

전체 토론에 쓸 교재는 한 권의 책보다는 짧은 동화 한 편이 좋다. 복사를 해 주거나, 교사가 읽어주면서 구연을 해 줄 수 있다. 모둠 토론에 쓸 교재는  처음에는 역시 동화 한 편이 좋다. 너무 욕심부려 단행본 한 권으로 정하면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 짧은 동화 한 편은 복사를 해서 쓸 수도 있고, 대자보처럼 써서 교실 벽에다 죽 둘러 붙이고 얼마동안 시간을 줘서 읽은 다음에 토론을 할 수도 있다. 요즘은 OHP가  많이 보급되었으니 TP자료로 만들어서 읽을 수도 있다. 읽기  교과서 정도 책에 실린 동화는  150%정도 확대 복사해서 복사용 아스테지에 직접 복사하면 학급 어린이 모두가 볼 수 있다.




이주영<창의성 향상을 위한 독서 지도>서울삼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