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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갈래별 글쓰기

제목 책 속에 빠져 들어가 씁니다.


책 속에 빠져 들어가 씁니다.



<'좁은문'을 읽고나서> 김성원

신을 사랑한 소녀와 인간을 사랑한 소년이 있다. 둘은 서로 사랑을 하지만 소녀는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이 더 강해 소년의 사랑을 거절하고, 소년과 헤어짐을 통해 해방감과 만족감을 얻는다. 마지막엔 사랑하는 소년을 두고, 몸이 쇠약해져 쓸쓸히 요양원에서 죽어간다.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이라는 소설에서 등장한 알리사와 제롬의 이야기이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헤어지는 현대사회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알리사와 제롬의 사랑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알리사가 제롬에게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확신을 주지 않는 미지근한 태도에도 알리사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 제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좁은 문>을 읽으면 알리사를 답답하다고 비난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리사의 신에 대한 사랑과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고자 한 그녀의 신념을 존중한다. 내가 믿는 종교도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인간이 욕심을 버릴 때 현실에서도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현실적인 고통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큰 어려움이 있다. 그럴 때 신은 마음속의 큰 버팀목이 된다. 알리사나, 나나 그러한 종교적인 힘때문에 신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길 원할지도 모른다. 알리사가 혼자서 쓸쓸히 요양원에서 죽어간 까닭은 제롬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고 희생했다 하더라도 제롬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제롬을 사랑했지만 알리사는 세속적인 사랑과 신을 위한 성스러운 사랑이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찌보면 너무도 인간적인 이성에 대한 사랑을 절제한 알리사의 강한 신념에 감동하기도 했지만, 만약 내가 알리사였다면, 끝까지 기다려줄 수 있고 또 기다리고 있는 제롬과의 사랑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엔 동생을 위해 제롬을 멀리했다지만, 동생이 결혼한 뒤에도 제롬과의 거리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는 일이 쉽지 않다.


알리사는 왜 제롬과 함께 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있는 여지를 두지 않았을까? 신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데 있어 유혹이 있을 때,바로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함께 이겨나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혼자서 고독하고 쓸쓸히 성스러움을 지켜나가는 것보다는 제롬과의 사랑을 통해 더욱 행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좁은 문>의 작가, 앙드레지드가 어머니로부터 청교도 정신을 지나치게 강요받았다고 한다. 알리사는 앙드레지드가 투영된 것일 지도 모른다. 알리사도 청교도인으로 지나치게 종교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알리사의 삶에서 안타까운 것은 신을 위한 삶을 선택했지만, 과연 그녀가 행복했는지 궁금하다. 작품속에서 알리사는 외롭고 고독한 모습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세속적인 사랑이냐, 신을 위한 성스러운 사랑이냐' 이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로 인해 과연 얼마나 행복한가 중요한 것 같다. 알리사의 선택도 존중하지만, 그녀가 좀 더 행복하게 살았던 모습이 강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지켜가면서 긴 생애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웃음을 짓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