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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서와 글쓰기

제목 편지 쓰기


독서감상을 편지 형식으로 쓰는 것은 학교와 학년의 고하를 떠나서 누구나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방법이다. 편지 형식의 독서감상 표현법은 수신인이 작가나 작품 속의 인물일 수 있고, 자신의 친구나 가족 등 주변 사람일 경우도 있다. 수신인이 친구나 가족 등 주변 사람인 경우에는 자신이 읽었던 책을 편지 형식으로 소개하는 내용이 된다. 그리고 직접 썼던 편지를 보낼 수도 있어 실용적인 독서감상 표현이 된다.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에게 독서편지를 쓰면 자기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하여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즉 주인공이나 작가와 마음의 대화를 나누면서 진지한 비판과 토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의 독서감상문 쓰기는 좋은 책을 무턱대고 읽는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과 비교하면서 책이 주고자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독서력을 키울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자기 자신이 등장인물이 되어 또 다른 등장 인물에게 편지 쓰기는 작품 속의 등장 인물의 마음속과 생각을 꿰뚫을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책을 집중하여 읽고, 생각하면서 읽어야만 인물의 특징에 어울리는 편지를 쓸 수 있다. 편지형식의 독서감상문의 대상은 이러한 인물뿐만 아니라 책 속에 등장하는 무생물이나 동물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등장인물의 행동을 지켜보았던 나무나 주인공이 기르던 개에게 보내는 편지를 쓸 수도 있고, 주인공으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든 험준한 산에게 보내는 편지를 쓸 수도 있다.


* 학생 작품의 예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고 - 멋있는 중위 헨리님에게>


녕하세요! 헨리님
요즘 전쟁은 어떻습니까? 신문을 보니 이탈리아군이 많이 이기고 있다고 승전보가 들어오고 있는데요, 이번에 새로이 간 곳은 어떤 곳인가요? 전쟁 중이라서 많은 곳이 폐허가 되었겠지만 그래도 숲의 경치는 괜찮을 것 같은데...아! 오스트리아군은 어때요? 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나요? 아니면 이탈리아군 보다 더 용감한가요? 그렇진 않겠죠. 왜냐하면 지금은 이탈리아군이 이기고 있고 앞으로 계속 이길 거잖아요. 그렇게 않나요? 전 그럴거라고 믿어요. 이제 보니 안부도 물어보지 않았네요. 몸은 어떠세요? 아프시거나 다치신덴 없으시죠? 편지를 쓸 때마다 이렇게 물어 보기만 하네요. 군목님과 리달디님은 어떻게 지내세요? 리달디님께서는 병사들을 잘 돌보세요? 군목님은요? 군목님께서는 여전히 식사시간만 되면 곤욕을 치르세요? 지금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그렇죠?


저는 잘 지내고 있지 못해요. 학교에서의 숙제도 많고 놀고는 싶고 죽을 맛이에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있는 것 보다 중위님은 더하시겠죠. 전쟁통 가운데서 부상병을 운반해야 한다니, 정말 힘드시겠네요. 요즘은 전쟁이 계속되어 더욱 힘드시겠네요. 저의 이야기를 하다가 또 중위님 이야기로 넘어갔군요. 전 그렇게 피곤하게 지내요. 하지만 좋은 점도 있어요. 친구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거든요.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정말 힘이나요.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라도 힘내고 공부 열심히 해야겠어요. 중위님처럼 전쟁에서 직접 뛰지는 못하지만 아는 것이 힘이라고 열심히 공부해서 나라에 보탬이 돼야지요. 그렇죠, 중위님?

이 곳은 전쟁에 위험은 전혀 보이지 않아요. 그저 평화롭기만 하죠. 그저 전선에서 날아오는 상황을 신문으로 보고 이탈리아군이 열심히 싸우고 있구나, 군인아저씨들도 열심히 싸우고 계시니까 나도 열심히 해야지'하고 생각도 해요. 과연 전쟁이 언제쯤 끝날까. 궁금하네요. 중위님께서는 언제 끝날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 아무튼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네요. 그만 줄일게요. 열심히 맡은 바 최선을 다하세요.

1998년 5월 10일
희수 올림

<헨리중위님의 답장>

희수에게
안녕, 희수야?
너의 건강은 어떤지 모르겠구나. 나는 잘 지내고 있단다. 너의 말처럼 이곳은 전쟁이 한창이라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어 옮기느라 바쁘긴 하지만 쉴 때도 많이 있단다. 우리 이탈리아군이 계속 이기고 있단다. 이대로라면 전쟁이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아. 니가 사는 곳이 평화롭다니 좋겠구나. 난 이곳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가는 병사들을 본단다. 이젠 피를 봐도 별 느낌이 들지 않는구나. 언제나 바쁘지만 저녁 식사시간은 예외야. 모든 장교와 군목님이 같이 편안히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할 수 있단다. 저녁 식사 때에는 니가 말했듯이 군목님이 언제나 놀림거리가 되신단다. 내가 생각해도 군목님은 정말 착하시고 순수하시다. 하지만 너무 착하시고 순수한게 탈이시지! 난 군목님을 좋아한다. 군목님께서는 나에게 잘 해주시거든. 왠지 편안한가봐. 나도 그렇고. 그리고 절친한 친구 리달리 역시 좋아하지. 우린 둘도 없는 친구란다. 비록 태생이 틀리고 친형제는 아니지만 친형제처럼 가까워. 리달디도 병사들 치료에 무척 바쁘단다. 난 곳 있으면 휴가를 나가게 돼. 그 땐 전쟁에서 해방되고 싶어. 너무 피곤하다. 다음에 또 쓸게. 줄인다. 안녕.



▶ 작가나 출판사에 편지쓰기

글쓴이와 출판사에 편지를 쓸 수도 있다. '몽실언니'를 읽은 다음에 글쓴이 권정생 할아버지를 소개하고 편지를 쓰라고 하였더니 좋은 편지글이 많이 나왔다. 그리고 권정생 님이 쓰신 '점득이네', '하느님의 눈물', '초가집 있던 마을'을 많은 어린이가 구해서 읽는 것을 보았다. 글쓴이에게 편지를 쓰도록 할 때는 우선 글쓴이에 대한 정보를 교사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분의 삶과 중요한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글쓴이에게 편지를 쓸 때는 현재 살아 계시는 분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돌아가신 분이나 보낼 수 없는 분을 대상으로 하게 되면 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인지 장난같은 말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아가신 분을 대상으로 편지 형식의 글을 쓰게 하고 싶을 때는 편지라고 하지 않고 '○○○님께 드리는 △△△의 다짐'으로 제목을 주어 서약서 형식을 쓰게 하면 효과적이다. 그러면 훨씬 진지하게 쓴다.

좋은 책일 때는 감사의 편지, 나쁜 책일 때는 항의 편지를 출판사에 쓰게 한다. 항의 편지를 쓸 때에는 아주 구체적인 부분을 예로 들어 비판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맞춤법이 틀렸다던가, 몇 쪽 몇째 줄에 어린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이 나와 있다고 정확하게 짚어 써야 한다.

* 학생 작품의 예


<`가즈오의 나라' 작가 김진명님께 한-일관계 등 역사 다시 생각케해준 데 감사> 전남여고 1년 고지희


역사소설의 김진명 작가님께. 저는 작가님의 소설을 엄청 좋아하는 소녀입니다. 원래 저는 역사소설에는 전혀 관심이나 흥미가 없었습니다. 길이도 너무 길고 내용도 딱딱할 것같아서 아예 펴보지도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책을 사게 되었습니다. 별로 특별한 기대없이 그냥 무작정 읽기 시작하던 저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책을 읽다가 극도로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지기도 하고 너무너무 통쾌해서 막 웃기도 하고, 밀려오는 감동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점점 그 책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고 3권까지 다 읽기 전에는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는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 `하늘이여 땅이여' `가즈오의 나라' 등을… 저는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 공감했습니다. `한반도'에서 김재규 안기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쏜 것은 계획적이라고 말한 부분이 있었지요. 하지만 우발적이라고 발표됐다구요… 우연히도 이 부분을 읽은 다음 날, 학교 국사시간에 박 전대통령이 죽은 부분을 공부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안기부장이 대통령을 우발적으로 쏘았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그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물론 수업이 끝난 후에 뒤에 앉은 친구에게 설명해준 것으로 끝났지만요.


또 `가즈오의 나라'에선 4∼5세기에 일본이 백제, 신라, 가야를 2백년간 지배했다고 주장한 것과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 학생들을 그렇게 가르친다고 한 부분에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며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역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무궁화…'에서는 핵개발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관계, `한반도'에선 박정희 대통령, `하늘이여…'에선 우리의 전통문화, 그리고 `가즈오의 나라'에선 일본의 잘못된 역사왜곡과 그에 대해 항의하는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근거가 희박한 주장에 대해 여러 모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에게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역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지금부터 잘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느낌이나 책을 소개하는 편지 쓰기

책을 읽고 느끼거나 알게 된점을 부모님, 친구, 선생님께 소개하는 편지형식으로 쓸 수 있다. 또한 책의 내용과 관련된 사람에게도 편지를 쓸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읽었다면 체르노빌 사건으로 원폭피해를 입은 옛 소련 어린이들, 원자력 관계자들, 강대국 지도자들에게 항의와 핵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편지를 써서 해당 대사관이나 그 나라 대통령에게 보낼 수도 있다. 또한 친구들에게 자신이 읽은책을 소개하는 편지를 쓰게 할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상대에게 자신이 읽은 책을 읽도록 권유하는 형식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자세히 쓸 수 있다. 또한 자신이 권하는 이유를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감동을 받은 장면이나 자신의 느낌을 쓰게된다.

* 학생 작품의 예


<우리반에게> 1학년 박장표


입학때는 언제 여름방학을 할까하고 생각했는데 벌써 여름이 가고 계절이 가을로 접어드는구나. 내가 너희들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너희들도 했겠지만 문학시간에 읽었던 오웰의 <동물 농장>을 알리고 싶어서야. 이 작품은 1930년대를 동물에 빗대어 풍자를 하면서 사회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말해 주고 있는데 초기에는 사회적인 문제에 의해서 출판되지 못했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 비로서 출판되었다. <동물 농장의 동물들은 스스로 모두에게 희망을 준다. 특히 말 복서는 다른 동물들의 모범이 되고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남에게 미루는 법이 없는 걸고 봐서 우리 반에서 급장인 유재민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그리고 동물농장의 주인인 존스는 아무래도 우리의 영원한 까치 조영식 선생님이 아닌가 싶다. 아! 물론 무능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좋은 말로 우리를 이끌어 주시는 그 지도력이 존스와 닮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을 잘하는 스퀼러는 아무래도 담임선생님이신 이홍배 선생님이 아닌가 싶다. 언제나 청산유수같은 말로 우리들을 속이는 그 말발이 꼭 닮은 꼴이다.

우리반 모든이들을 동물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반 아이들은 모두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반 아이들이 이 소설을 다 읽지는 못하겠지만 우리조의 모듬은 꼭 읽어주십시요. 왜냐구요? 아무리 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저희 모듬안에는 줄거리가 들어 있어서 읽지 않아도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고 우리학교 교문에 '9월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써 있습니다. 비록 9월은 지났지만 독서를 생활화하기 바랍니다. 옛말에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