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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추천도서

은행나무의 이사_700살 할배나무를 지킨 사람들

지은이
정연숙
출판사
논장
페이지수
56
대상
초등1~2

용계리 마을 아이들은 모였다 하면 이사 이야기를 합니다.
어른도 한숨을 푹푹 쉬는 건 마찬가지예요.
곧 큰 댐이 들어서면 서울 아파트 높이만큼 물이 차게 되거든요.
집과 동네는 물론,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 준 나무도 잠겨 버린대요.
무슨 나무냐고요? ‘할배나무’요! 700년 동안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 은행나무이지요.
나라에 슬픈 일이 일어났을 때에는 함께 웅웅 소리 내어 울었다던 그 나무요.
할배나무는 아직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아이들의 재미난 놀이터가 되어 주고요.
어른들은 할배나무 주위에 둘러앉아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를 나누지요.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떠나야 할 마을 사람들이지만
 우리 집과 학교와 땅은 지키지 못해도 할배나무만은 살리자고 결심합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나무를 이사시키려고 하지만 옮기기에는 너무 무겁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 모두가 안 된다고만 해요. 댐 공사일은 다가오고, 어쩌죠?
소중한 나무를 이대로 포기해야만 할까요?


■ 인간과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따뜻한’ 관점으로 예리하게 포착한 한 그루 나무 이야기
EBS [지식채널e]의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역사?사회적으로 굵직한 이슈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온 정연숙 작가. 이번에 그 시선이 쏠린 곳은 바로 안동 용계리의 ‘용계 은행나무’입니다. 용계리의 터줏대감이나 마찬가지인 이 700살 거대한 나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할배’라 불립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의 눈을 피해 조선 군사 100명을 숨겨 줬다는 이야기, 나라를 빼앗긴 날,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 슬피 울었다던 이야기가 마치 전설처럼 내려오는 나무입니다. 조선 시대 훈련대장이었던 탁순창 장군이 임진왜란 후 고향 용계리로 와 은행나무를 돌보는 계를 만들었다는 기록은 설화에 사실성을 더해 줍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임하댐을 짓게 되면서 이 역사적인 나무도 마을과 함께 수몰될 위기에 처합니다. 700년이 넘은 거대한 나무를 들어 옮기기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당시 나무를 살리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신문에까지 실리는 등 첨예한 입장들이 대립했습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의 끈질긴 청원 끝에 4년여의 기간에 걸쳐 23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으로 나무를 옮기는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이렇게 많은 노력을 들인 사례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하지요. 당시 사정이야 매우 드라마틱하고 우여곡절이 많았겠지만 작가는 덤덤한 듯, 세련된 어투로 은행나무 이야기를 복원해 내며 이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임을 넌지시 강조합니다.


비 내리는 가을날, 작가는 용계 은행나무 앞에 서서 은행나무를 지켜 낸 사람들처럼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반문합니다. 그리고 40년 된 낡은 대단지 아파트가 철거되며 단지 안의 나무를 없애지 않고 경기도의 한 공원으로 옮겨 심은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눈에 보이고 뚜렷한 성과가 남는 물질도 기술도 중요하지만, 너와 나, 우리들의 시간과 삶이 담긴, 그래서 공동체의 역사가 된 시간을 소중하게 지켜 내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일이 아닐까요?
《은행나무의 이사》를 통해 소중한 것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물질 만능의 시대에 내 주변의 이야기, 오랜 된 이야기를 잘 지키고 가꾸는 것이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 내는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일임을 가슴 따뜻하게 느껴 봅니다.


■ 맑고 투명하고 화사한 색감으로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우리 이웃들!
윤봉선 작가는 섬세한 생태 세밀화 작업부터 서정적인 그림책, 맑고 아기자기한 동화와 아동 논픽션까지, 일러스트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탁월한 솜씨를 보여 줍니다. 이 작품에서는 평범한 사람들과 한 그루 나무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아주 투명한 수채화로 맑은 감성으로 그대로 살려 냈습니다. 커다란 은행나무에 흐드러진 잎들의 섬세한 농담 표현, 시원한 여백 등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용계리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었던 덕분에 은행나무 주변의 풍경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표현해 낼 수 있었습니다. 작은 마을에서의 생활, 자연과 어울린 유년 시절의 경험 등도 잘 녹아 있지요. 이렇게 큰 애정으로 작품을 대한 덕분인지 작품 속에 이름 없이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저마다 특별해 보이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성껏 표현한 현실감 넘치는 옷 무늬나, 각각 다른 색으로 참신하게 표현된 머리카락 색 등이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수백 년 전 역사부터 바로 우리의 앞세대까지,《은행나무의 이사》는 이미 흘러 버린 아주 긴긴 역사를 품고 있지만, 동시에 오늘날 수많은 ‘할배나무’들의 현실이자 우리가 추구해야 할 따뜻한 휴머니즘의 방향입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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